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들불처럼 번지는 유럽 위기] 패닉 장세에 추가하락 불가피… 1600도 각오해야


유로존의 위기가 갈수록 증폭되면서 국내 증시가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그리스 총선이 실시되는 다음달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도 추가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최악의 경우 1,600선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13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 기간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는 3조1,573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순매도 금액(5,957억원)의 5배가 넘는 액수다. 올 들어 3월까지 순매수한 금액(11조342억원)의 30%가 넘는 금액이 보름새 급속도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 때문에 유가증권시장의 시가 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36조원이 줄어들면서 1,026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달 13거래일 동안 시총 감소액은 116조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매도세로 인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하한가 4개를 포함해 752개 종목이 하락했다. 특히 대형주들의 하락률이 컸다. 이날 하루 동안 삼성전자가 4.66% 하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4.78%)와 기아차(-5.66%) 등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던 대형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서는 삼성전자(-16.12%)와 현대차(-14.71%)는 15%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단 하루도 빠짐 없이 순매도로 일관하는 외국인의 매도세는 6월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의 위기관련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올초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 흘러온 외국인 투자금이 10조원이 넘는 데 현재 3조원 가량 빠져나간 셈이니 아직 추가 매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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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급속하게 빠져 나온 이유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와 유럽의 뱅크런 가능성 등 유럽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그리스는 다음달 17일 다시 총선을 치른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까지 열어 놓은 좌파연합(시리자)이 제1당으로 선출 될 경우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정긴축안을 지지하는 신민주주의당(ND)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리스 사태가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뱅크런(대량인출) 사태도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 17일(현지시간) 스페인 언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내 3번째 규모의 은행인 방키아에서 보유한 예금 중 1% 가량인 10억유로가 지난 일주일동안 인출됐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커지는 상황이다. 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이날 스페인 1위은행 산탄데르를 포함해 1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1~3단계 하향 조정하며 뱅크론 위기를 부추겼다. 이보다 앞서 그리스는 지난 14일부터 시중 은행에서 하루에 7억 유로 이상이 인출되는 등 은행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지표 역시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 못 하고 있다. 미국의 4월 경기선행지수가 전달보다 0.1% 떨어지며 시장추정치보다 낮게 나온데다 5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에 도달하는 등 미국의 경기회복신호가 나타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총선이 있는 6월까지는 이 같은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로존 사태,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 등 시장에 호재보다는 악재가 지배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처럼 1,600선을 맞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에 닥친 위기는 펀더멘털보다 센티멘털 측면”이라며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이 꺾이지 않는데도 주가가 최근 10% 넘게 하락한 것은 공포의 영향이어서 진원지의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에 분할매수 방식의 투자접근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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