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장기간에 걸쳐 가계ㆍ산업ㆍ기업 등 부문 간은 물론 부문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양극화 현상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이의 해소를 위한 각종 해법들이 제시되면서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은 물론 비정부기관(NGO), 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도 동반 참여하는 등 국가적인 양극화 해소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또다시 양극화 논란이 가속되고 있는데 이 배경에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시장경제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적으로는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과 같은 선별적이고 차별적이지 않은 보편적 복지 확충의 필요성에 대한 각계각층에서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양극화 논란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정작 양극화 논란의 가장 핵심에 있는 중산층 규모와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최근 들어 양극화가 개선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용과 임금 수준, 기업 부문에서도 우리는 양극화가 개선되고 있는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를 근거로 달아오르고 있는 양극화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주거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청년층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배 이상 수준에 있는 등 부문별로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 남아 있다. 다만, 이러한 현상들도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정책 대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확산시키게 된다.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양극화 이슈는 복지 문제와 직결돼 있고 이는 국가 백년대계를 책임져야 할 국가재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나라 곳간이 비어서야 양극화 해소든, 복지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즉, 양극화 해소가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의 자원이전에 의한 제로섬 분배가 아니라, 성장을 기반으로 한 상생과 협력 노력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전제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새로운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