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랬다. 지난달 26일, 하나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는 수상한 계좌에 3억6,000만원이라는 거액이 송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평소 거래가 없었던 통장인 만큼 대포통장을 활용한 전자금융사기가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 하나은행 측은 즉시 해당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자금이체 여부를 물은 후 비정상 거래인 것이 확인되자마자 거래를 중단시켰다. 사기꾼들은 하나은행이 계좌를 막은 지 3분 후에 돈을 찾으러 은행을 방문, 간발의 차로 돈을 빼가지 못했다. 하나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관계자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로 인해 금융결제원을 가장한 은행사이트에 접속, 개인정보가 노출돼 벌어진 사건"이라며 "금융감독원을 가장한 전화를 통해 일회용비밀번호(OTP)를 알아내는 등 사기꾼들의 계획이 매우 치밀했다"고 밝혔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전자금융 소비자 보호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결과 올 상반기 전자금융사기 피해 건수는 9,000여건, 445억원에 달한다. 새로운 사기 수법 출연으로 사기꾼들의 창은 날카로워지는 반면 금융회사의 방패는 갈수록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7월 91건의 전자금융사기를 예방한 데 이어 8월과 9월에는 각각 210건과 235건의 피해를 예방했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부의 역할이 크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금융소비자본부를 신설하고 그 아래 금융소비자보호부를 배치했다. 피싱이나 파밍이 의심되는 자금 흐름은 즉각 송금인에게 연락해 해당 계좌를 차단한다.
김덕자 하나은행 금융소비자본부 전무는 "전자금융사고는 이를 막기 위한 교육이 중요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도 중요하다"며 "보다 원활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장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