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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지하까지 끌어들인 자연광… 관람객에 휴식 제공

지하 1층에 설치된 선큰 전시마당. 작품을 감상하다 지친 관람객들에게는 쉼터가 됨과 동시에 전시실로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미술관과 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실은 대부분 지하에 배치돼 있다. 지상은 로비를 비롯해 도서관, 교육관, 부대시설, 인포박스, 구 기무사 건물, 관리지원동, 전시동 등 7개 건물이 배치돼 있고 곳곳에 마당이 들어서 있지만 지하 공간은 하나의 공간으로 모두 이어져 있다.

미술관 전시실로 향하다 보면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일반적인 미술관과 달리 상당히 밝다는 점이다.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인공조명으로 비춰 작품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광이 지하까지 흘러 들어올 수 있도록 벽면을 투명과 반투명 유리를 지하 1층부터 지상까지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전시실은 사방과 천장까지 하얀 정육면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벽면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작가가 어떻게 사용할 지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전시실은 작가가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지하 공간은 상당히 높고 넓었다. 전시실 입구도 벽 전체가 문인양 크고 높게 만들어졌다. 이는 서울관의 성격과 관계 깊다. 일반적인 미술관이 회화 중심의 전시관이라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현대미술(contemporary art)' 전시가 많다. 거대한 조형물의 설치미술은 물론 미디어아트, 환각적인 라이트·키네틱 아트 등 다양한 현대 미술 사조를 아우르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서울관에서는 설치미술가 이불의 '태양의 도시, 새벽의 노래'가 전시되고 있었고 11m 높이의 괘불과 '트리스탄의 승천'과 '불의 여인'이라는 미디어 영상이 인상깊은 '정원'전이 전시중이었다. 11m의 불화(佛畵) 전시에도 무리가 없을 만한 규모인 셈이다..

미술관에는 7개의 전시실이 있다. 하지만 작품은 전시실에만 전시되지 않는다. 전시실과 전시실을 잇는 공간을 널찍하게 만들어 놓아 여기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도록 했다. 거대한 조형물이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도 하고 행위예술가들의 공연도 이 공간에서 진행되곤 한다. 굳이 전시실과 전시실을 이어가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발길이 닫는대로 걷다 보면 뜻하지 않는 작품과 조우할 수 있다. 이를 작가는 '군도(群島)형' 미술관이라고도 표현한다.

예컨대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 정해진 경로를 따라 순서대로 작품을 접하면서 걸어야 한다. 모나리자를 만나기 전 마음에 든 작품을 발견해 조금 더 작품을 보기 위해 그 자리에 서 있고 싶지만 뒤따라오는 관람객들 때문에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서울관은 그렇지 않다. 전시실은 섬이고 그 밖의 공간은 섬과 섬을 연결하는 바다다. 가까운 섬을 먼저 갈지 먼 곳부터 갈지는 관람자가 선택해서 동선(動線)을 짜면 된다. 바다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칫 이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보다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드물게 발견한다고 한다.

지하 공간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여진 자연의 빛은 바다를 헤매다 온 관람객들에게 휴식을 준다. 그래서 설치된 지하 1층의 선큰(Sunken) 광장은 전시실로도 사용되지만 관람객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선큰 광장 위로 펼쳐진 하늘을 보고 있으면 이 곳이 지하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쉽잖은 시공… 기술력으로 구체화

시공자 우무현 GS건설 건축부문 대표

"작품성 짙은 건축물은 평범하고 쉬운 방법이 아니라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공 방법을 요구합니다. 경제성만을 내세운 건물만 짓다 보면 결국 그 건설사는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고 맙니다. GS건설의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고 시공을 맡았습니다."


우무현(사진) GS건설 건축부문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지리적 역사적 상징성과 관람자 중심의 문화적 흐름을 반영했고 이를 인정받아 수상한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GS건설의 기술력으로 건물을 구체화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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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대표는 얼핏 단순해 보이기도 하는 서울관의 시공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문화재인 종친부 건물과 기무사 건물을 보존했어야 하고 층고 제한으로 대부분 시설이 지하공간에 있어 지하공간 공사가 많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아울러 공기 내 준공을 위해 시공오류와 재시공, 작업대기시간 등을 최소화하는 부분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올해 건축문화대상에서 GS건설은 공동주거부문과 공공건축부문 대상을 비롯해 총 4개 부문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 건설사가 같은 해 건축문화대상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우 대표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모습으로 어려운 건축물에 도전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표는 GS건설의 건축역량을 더욱더 키워나가기 위해 앞으로 건설관리 등 16개 전문영역별 전문가를 육성하고 시스템을 통한 직무경험 관리, BIM 등 다양한 장비와 프로그램을 통한 3차원 시공관리 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턱 낮춘 열린 미술관으로 운영

건축주 윤남순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

"사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내세우는 건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세와 근대, 현대가 공존하는 장소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가 크고 그 의미를 잘 회복시켜준 건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윤남순(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은 "2009년 서울관 조성계획이 발표된 이후 준공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그 속에서 설계자와 시공사, 건설사업관리단, 미술관계자분들의 지원과 노력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며 사업을 함께 진행했던 사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윤 단장은 설계 의도와 맞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열린 미술관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오가면서 한 번쯤 발걸음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미술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실제로 서울관 지하에는 다른 미술관과는 달리 디지털도서관과 멀티 프로젝트홀,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문화예술 공간이 조성돼 있다.

윤 단장은 "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턱을 낮춘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미술 분야별로 다양하게 전시를 확대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폭넓은 전시를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윤 단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역할을 '동시대의 현대미술을 수용하는 미술관'이라고 규정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미술은 서로 다른 매체가 융·복합화하고 매우 복잡해지고 거대화하고 있다"며 "서울관은 이런 현대미술의 흐름을 품을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만들어졌고 작가들의 역량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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