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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블로그] 김광수 기자의 '아! 차!' (5)

독일차 번호판은 신분증?





주민등록증이 지금은 신용카드처럼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전에는 종이에 비닐 코팅하는 방식이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사진도 직접 붙이고, 지금과 달리 ‘본적’을 적기도 했습니다. 본적은 대개 자신이 태어난 곳이나 아버지 고향 등을 적었으니 주민등록증을 보면 이 사람이 어느 지역 출신에 지금은 어디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죠.

뜬금 없는 민증 얘기를 꺼낸 것은 독일 차의 번호판도 이런 역할을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독일 브랜드의 카달로그나 미디어에 실리는 신차 사진을 보면 실제 장착하고 다니는 번호판을 달고 있습니다. 국산차나 일본이나 미국, 다른 유럽브랜드는 번호판이 없거나 모델 이름만 적혀있는 것과 다르죠.


독일차의 번호판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지 알아보기 전에 우선 독일 번호판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겠네요. 가장 왼쪽에는 유럽연합 공통으로 파란색 바탕에 노란색 별과 아래 독일을 상징하는 ‘D’가 적혀있습니다. 가장 왼쪽에 적힌 알파벳이 자동차의 등록 도시를 나타냅니다. 그 옆에 동그란 스티커는 위쪽이 배기가스 검사 합격증(최근에는 사라졌다고 함), 아래가 차량이 등록된 주(州)의 모양이죠. 그 옆으로 영어와 숫자는 등록번호인데 선택할 수도 있고 임의로 받는 것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면 독일차 번호판의 비밀을 자세히 보겠습니다. 가장 왼쪽에 알파벳은 해당 브랜드의 본사 위치를 말합니다. BMW는 공장과 박물관 등 BMW 벨트가 위치한 뮌헨(München)이라 M, 메르세데스-벤츠는 벤츠의 도시라 불리는 슈투트가르트(Stuttgart)의 S, 아우디는 본사가 위치한 잉골슈타트(Ingolstadt)의 IN, 폭스바겐은 볼푸스부르크(Wolfsburg)의 WOB, 포르셰도 벤츠와 마찬가지로 S(슈투트가르트)를 쓰고 있습니다.


BMW는 M자 말고는 알파벳이나 숫자에 별다른 규칙이 없습니다. 얼마 전 독일 출장길에 전기차 액티브E를 타고 ‘M AE’로 시작되는 번호판이 달려있길래 “AE가 액티브E를 의미하냐”고 물으니 저보고 “Good”이라고는 하던데, 그것 말고는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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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브랜드의 번호판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죠.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장 자세한데요. 가장 왼쪽에 슈트트가르트의 S 오른쪽으로 회사 내부에서 쓰는 모델별 코드명이나 S와 연결해 모델명을 나타냅니다. 벤츠 내부에서는 세단을 W, 쿠페를 C, 리무진을 V라고 부릅니다. A클래스 모델의 경우 ‘S W1760’이라는 번호판을 달고 있는 사진이 있습니다. W는 세단, 176(0은 네자리 숫자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의미 없음)은 내부에서 A클래스를 일컫는 코드명입니다.

C클래스 쿠페의 경우 ‘S CC’로 시작하는데, CC가 C클래스 쿠페를 의미합니다. M클래스는 M 뒤로 6365라는 숫자가 적힌 것을 보셨다면 AMG 모델입니다. 6365는 AMG 모델의 8기통 63과 12기통 65를 표시하니까요.

S와 연결된 모델명도 찾을 수 있죠. ‘S L6363’은 S와 L을 붙여 SL클래스를 말하고 63은 위에 말했듯이 AMG, 즉 이 차가 SL 63 AMG임을 나타냅니다. 그러면 ‘S B1369’는 어떤 차량일까요? 최근 국내에도 출시된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입니다. 뒤에 1369는 별다른 뜻은 없다고 하네요.

폭스바겐이나 아우디는 모델명만을 알려줍니다. 아우디는 뒤에 숫자 3자리를 제외하면 A5 스포트백 ‘IN A5’, A4 2.0 TDI 콰트로 ‘IN A4, 뉴 R8 ‘IN R8’, S6 ‘IN S6’, S7 ‘IN S7’, S8 ‘IN S8’식으로 번호판에 적혀 있습니다. 모델명이 영문자와 숫자의 조합으로 된 만큼 표기도 쉽네요.

폭스바겐은 1~2개의 알파벳으로 차명을 표기합니다. 물론 앞에 WOB는 공통이죠. 조만간 출시될 폴로의 경우 RL, R라인의 경우 P를 씁니다. 역시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예정인 7세대 골프는 앞 두글자를 따서 GO, 소형차 업(UP)은 그대로 UP이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차만 보고도 알 수 있지만 번호판에서까지 차명을 알려주는 깨알 같은 센스네요.

포르셰는 차명은 따로 표기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차들이 ‘S GO’로 시작되는데 슈투트가르트를 나타내는 S 뒤에 붙은 GO는 독어로 Management PR이라는 뜻으로 PR용 차량이라고 합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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