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에 나설 모양이다. 제휴가 성사되고 복수의 인수 희망자들이 참여해 유효경쟁이 이뤄진다면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 회수와 함께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네 번째 도전 끝에 결실을 거두게 된다. 기대가 크다. 이런 마당에 금융당국 안팎에서 '신창재 회장이라는 확실한 오너가 있는 교보생명에 우리은행을 내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우리은행을 주인 있는 은행으로 만들면 삼성·현대그룹 등 오너 있는 기업, 즉 산업자본에 은행 소유를 허용하지 않았던 만큼 특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논리까지 동원되고 있다.
입찰 마감이 한달 여 남은 시점에 금융당국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우리은행을 주인 없는 은행으로 만들 생각이 없다"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리은행을 특정 산업자본이나 주인 없는 금융그룹에 넘기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거나 당국이 속으로는 대형 은행의 우리은행 인수→메가뱅크 육성 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키울 뿐이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주인을 찾아주는 민영화여야 마땅하다. 금융위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30% 지분 매각에 나선 것도 오너가 있는 은행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 아닌가. '금융의 삼성전자·현대자동차'가 못 나오는 것도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 지분을 10% 미만으로 잘게 쪼개 무주공산으로 만들어놓고 금융지주 회장 등의 자리에 낙하산을 내려보내는가 하면 촘촘한 규제로 손발을 묶은 탓이 크다. KB금융에서 벌어졌던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막장 드라마도 그 부산물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주인 없는 우물 안 한국 금융에 책임경영을 뿌리내릴 주인을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오너 있는 은행 출현 기피증은 관치금융에 대한 집착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