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근혜 대통령이 대답할 차례


말도 많고 뒤탈도 많았다. 갖은 홍역을 치르고 난 뒤 이제서야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국민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집착했던 '수첩인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을 발탁했다는 점이다. 집권 초기의 김용준 총리 후보자, 정홍원 현 국무총리, 안대희 총리 후보자 등은 정권창출에 기여하거나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박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이었다. 문 후보자는 '아웃사이더'다.


청와대 참모들조차 깜짝 인사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을 보면 수첩인사는 아니다. 청와대는 이번 후임 총리를 뽑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민심의 반응에 귀를 쫑긋 세우며 다양한 후보집단을 놓고 선정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초대 총리 후보자를 발표할 때 당시 윤창준 대변인이 밀봉된 봉투를 뜯어 보이며 보안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미세하지만 분명히 변화가 감지된다.

관련기사



하지만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더 바뀌어야 한다고 묵언(默言)으로 외친다.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 자신부터 일신우일신(一新又一新)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부과한 숙제이자 엄명(嚴命)이기도 하다.

우선 국정을 '내가 모두 챙기겠다'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욕심과 오기에서 벗어나 후임 총리와 2기 내각 장관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받아쓰기 100점 총리와 장관을 대량 생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부처를 장악하면서 창조 국정을 펼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줘야 한다. 대통령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총리와 장관은 코러스만 부르는 재미없는 뮤지컬을 국민들은 바라지 않는다.

'청와대 자폐증(自閉症)'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새누리당과는 사춘기 소녀처럼 허물없이 국정운영 방향과 애로사항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귀에 단 말은 하지 않고 연일 비판을 토해낸다고 해서 척을 져서는 안 된다. 만나다 보면 찡그린 얼굴도 펴지고 정(情)이 들고 오해도 이해로 바뀌게 되는 법이다. 국민들이 목이 터져라 '소통'과 '대화'를 외쳐 대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국민들은 6·4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변신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대답할 차례다.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