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반짝'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2년여 째 떨어지기만 하던 일본의 물가를 모처럼 끌어올린 요인은 경기회복과 소비 개선이 아니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대지진 이후의 일시적 물자부족 현상이다. 대지진 이후 이미 예상됐던 일시적인 물가상승 뒤에는 더 깊은 디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일본 총무성은 27일 신선식품을 제외한 4월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0.6% 올라 2년 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는 지난 2008년 12월 0.2%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래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렇듯 일본의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원유 가격이 급등한 데다 대지진 이후 물자 부족으로 일부 식료품 가격이 오른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때문에 물가가 2년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올 여름까지는 소비자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대지진 여파로 소비가 회복되기는 어렵다"며 "수요 부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은 가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인 물가상승 이후 디플레이션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구마가이 미쓰마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대지진 여파로 기업수익과 가계소득이 감소하면서 수요부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상품시장 동향에 따라서는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변질되면서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국제시장의 에너지ㆍ식품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경우 대지진 이후의 소득 감소와 맞물려 가계 부담이 증폭될 것"이라며 "물가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