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농그룹 왜 해체됐나/무리한 사업확장 화자초

◎면방업 사양화 (주)대농 적자 가속재계 순위 34위의 대농그룹(회장 박영일)이 해체되게 됐다. 25일 열린 대농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는 4개 부도유예기업가운데 미도파의 경우 채권동결과 자금지원을 통해 회생시키기로 했으나 대농은 법정관리, 대농중공업과 메트로프로덕트는 3자매각 방식으로 정리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농그룹은 창립 43년만에 21개 계열사 가운데 백화점인 미도파 한 개업체만 남게돼 「그룹」으로서의 위상은 물론 모태기업인 (주)대농이 떨어져나가 「대농」이름마저 잃게됐다. 대농그룹은 지난 5월 부도유예기간을 적용받으면서 주력 4개사를 살리기 위해 10개 계열사와 부동산을 매각하는등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3개월간 부동산및 계열사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1천8백억원. 그러나 미도파가 계열사에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을 선데다 그룹전체 자본금 2천3백억원의 5배가 넘는 금융부채(1조3천5백억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농은 급기야 부도유예대상기업인 대농중공업과 의류업체인 메트로프로덕트를 포기키로 하는등 모태기업인 (주)대농살리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대농그룹은 (주)대농을 살려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재기를 도모하기 위해 막판까지 채권단을 상대로 1년간의 자구기간을 달라고 설득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대농은 (주)대농이 청주방적부지(4천3백억원)와 관악컨트리클럽(1천4백억원) 등을 매각할 경우 충분히 회생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채권단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관리를 받게 되는 (주)대농은 어느정도 관리를 받다가 한보와 우성의 사례에서 보듯 제3자 인수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주)대농이 회생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과다한 자본잠식(1천9백억원)과 불투명한 사업성외에도 부동산경기침체로 청주공장및 관악컨트리클럽의 매각이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대농은 부도유예대상기업 4개사외에 대농특수산업, 제트라인, 스파메트로, 한국스파,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신문, 미도파관광, 대농창투등 7개 계열사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도파를 살리기 위해 나머지 업체의 정리가 불가피하다. 이중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6개사는 자산규모가 크지 않아 미도파의 회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신문은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2백20억원에 공개매각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J그룹과 S그룹등의 인수설이 나돌았으나 해당그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3자 인수되는 대농중공업의 경우 자산 1천5백억원에 지난해 1백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겨 대농계열사중 비교적 알짜기업이다. 이들 계열사들은 자구노력 시한인 내년말까지 매각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임의처분하게 된다. 한편 대농그룹의 해체는 남의 돈으로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하다 좌초한 또하나의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계열사간 무분별한 지급보증이 그룹전체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결국 그룹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농은 섬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계열사간 지급보증을 서고 대출을 받는 방법으로 90년대들어 대농창투등 10여개업체를 인수 또는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대농은 은행빚을 무리하게 진데다 면방업의 사양화로 (주)대농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돼 오늘과 같은 몰락을 맞았다.<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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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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