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원자재가 폭등·전기료 인상 등 악재 쌓였지만<br>고부가제품 개발·틈새시장 공략으로 '재도약 발판' 마련
| 철강업계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아래서 원가절감과 기술개발,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계획이다. 포스코 직원들이 고로에서 쇳물을 빼내는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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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가 요즘 안팎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40여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 세계 6위의 '철강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최근 철강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하나같이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선 세계적으로 철강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철강사들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세계 철강시장은 극심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주요 철강 수요산업인 건설ㆍ자동차ㆍ가전ㆍ조선 등이 일제히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철강 소비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조강생산은 철강소비보다 약 2,600만톤가량 많을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공급과잉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세계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하고 천재지변에 투기세력까지 더해지며 철광석ㆍ석탄 등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국내 전기요금도 잇달아 올라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이처럼 철강업계의 경영환경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오히려 최근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철강업체들은 이미 지난 2008년 리먼 쇼크로 발생한 글로벌 경기침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포스코는 리먼 사태의 여파로 2009년 세계 철강수요가 감소하고 세계 철강산업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자 원가절감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3,400억원가량 대폭 늘려 잡으며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가속화했다. 또 경영관리 주기를 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전환해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고 광양4고로 개수일정을 80여일 앞당기는 최적의 조업체제 운영에 주력, 세계 유수 철강사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흑자를 유지했다. 앞서 포스코는 1980년대 2차 오일쇼크로 세계 철강업계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광양제철소 건설을 과감히 추진해 세계적인 철강업체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이에 철강업체들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극한의 원가절감과 고부가 제품 확대, 신흥시장 개척 등으로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유지하는 한편 다가오는 호황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원가절감이 일상화된 철강업계는 일단 올해와 내년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방침이다. 포스코는 올해 원가절감 목표를 당초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이용한 자가발전 비율도 현재 70%선에서 향후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현대제철도 올해 6,500억원의 원가절감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 4ㆍ4분기에만 1,600억원의 원가절감을 달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원가절감 차원에서 원료자급률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해외 신시장 개척도 불황 극복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업계는 향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과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이 브라질 발레, 포스코와 함께 브라질에 오는 2015년까지 300만톤급 고로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브라질 제철소 건설에는 총 48억6,800만달러가 투입되며 동국제강은 합작사 지분율에 따라 7억3,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포스코는 동유럽ㆍ인도ㆍ동남아시아ㆍ중국을 아우르는 U축과 북미ㆍ중미ㆍ남미를 연결하는 I축의 'U&I 글로벌 철강벨트'를 공고히 해 글로벌 시장지배력 강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태국 스테인리스 업체 타이녹스를 인수했으며 터키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착공했다. 철강업체들의 이들 신흥시장 투자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새로운 철강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 철광석ㆍ석탄 등 원료 확보도 가능한 '일석이조'의 성과가 기대된다.
한편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위한 기술 개발과 투자도 철강업계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초고장력 철근인 'SD600'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고 초대형 후판 압연롤, 대형 I빔 등을 잇달아 국산화하며 고부가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동부제철은 올해 열연무늬강판, 고급 인쇄 칼라강판, 용융알루미늄 도금강판 등 3개 제품을 명품화 추진 제품으로 선정하고 철강제품의 명품 전략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현대하이스코의 경우 기존 강관제품에 이어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아연도금강판 등 냉연제품의 생산력 확대에 주력하며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문정업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철강산업은 공급과잉 속에 원료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철강업체들은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과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원가율 개선, 신사업 진출 등을 통해 위기에 도전하는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