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26일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신(新)밀월관계를 재구축해 군사력 증강에 나선 중국 견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군사대국화, 북한의 핵 위협 등에 맞서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를 재차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외교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25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국빈방문한 뒤 25일 한국을 찾는다. 일본에서 이틀, 한국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미일 간 굳건한 안보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고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정책'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적극적 평화주의'가 맞아떨어져 중국의 군사대국화와 북핵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일의 중국 견제는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북핵 불용,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중국의 지지와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동맹 강화는 중국의 반발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쌓아올린 양국 신뢰관계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MD체제 가입 종용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의 MD체제 가입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고 나아가 북한의 핵개발과 도발을 초래할 수 있어 한국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제안을 우회적으로 거부하며 '한국형 MD 구축'이라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4월 정상회담에서 지난주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평화통일 구상 3대 제안'의 배경과 추진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할 계획이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위협으로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기·통신 등 인프라 구축, 복합농촌단지조성 등 핵심 제안은 5·24 조치가 해제돼야 하지만 미국은 이에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미국에 드레스덴 제안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박 대통령에게는 어려운 숙제"라고 설명했다.
6자 회담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한중 및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고 북핵 고도화를 차단하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은 고사하고 북한이 4차 핵실험 위협에 나서고 있어 6자회담 성사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동맹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하고 MD체제 대안을 내놓으며 5·24조치 해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6자회담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도 표명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