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동차보험의 검은 선택] 車보험업계 실태

손해율 작년말 90% 넘어<br>사상 최대 영업적자 예고


경기도 하남에서 자동차보험 보상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모씨는 지난 20일 황당하면서도 씁쓸한 경험을 했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는데 8개월 전인 지난해 5월 똑같은 병원에서 보험금을 타간 피해자를 다시 만난 것. 피해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차체가 살짝 긁히는 경미한 사고를 당해놓고 병원에 드러누워 합의를 요구했다. 이씨는 "같은 병원에서 같은 환자를 8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어이없는 경험을 하면서 모럴해저드(도덕 불감증)의 전형을 제대로 봤다"고 토로했다. 이씨가 현장에서 바라본 자동차보험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했다. '보험금은 공돈'이라는 그릇된 인식은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과 경영악화로 이어져 지옥의 문턱을 넘어선 형국이다. 국내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지난 2008년(회계연도 기준) 2,091억원에서 2009년 9,200억원으로 급증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4~9월)에는 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적자의 원인이 되는 손해율(보험료 중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 2008년 69.6%에서 2009년 75.2%, 2010년 상반기 79.5%로 증가한 탓이다. 손해율의 마지노선은 72% 안팎. 이를 넘어서면 영업손실이 누적된다. 악화 추세에 놓여 있는 손해율은 지난해 11월 86.5%에 이어 12월 90.5%로 뛰어올라 2010년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0 회계연도 자동차보험 적자는 1조5,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2006년 1조65억원보다 50% 높은 수준이다. 경영악화의 현실은 온라인 손해보험사에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일부 온라인 손보사의 손해율은 100%대를 넘나들며 증자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에르고다음다이렉트와 악사다이렉트ㆍ하이카다이렉트ㆍ더케이손해보험 등 4개 온라인 전업사의 지난해 12월 손해율은 평균 98.3%를 기록했다. 이 중 2개사는 1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악화로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진 일부 온라인사는 증자를 추진하고다. 있다. 지난해 12월 말 우려곡절 끝에 독일 본사로부터 증자를 받은 에르고다음은 올해 3월 추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증자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이 권고하고 있는 지급여력비율 150%에 미치지 못해서다. 악사다이렉트도 같은 이유로 오는 3월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손해율이 떨어지지 않는 한 자동차보험에 드리운 암운을 걷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전업사의 경우 상품이 팔릴수록 적자가 쌓여 보험 영업이나 마케팅 활동에 소극적"이라며 "일부 전업사는 사업 철수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동차보험 개선방안도 손보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험료를 묶어둔 상황에서 당장 손해율을 낮춰 경영악화를 만회할 만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한 손배보험사 임원은 "그나마 정부가 고심해서 내놓은 대책도 시행시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올 하반기에 몰려 있는데다 진료수가나 정비수가 등 업계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과제는 관련 부처나 업계의 반발에 막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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