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허소송 대리권' 놓고 변리사 - 변호사 다시 충돌

21일 변리사회장 선거 앞두고 후보마다 "대리권 확보" 공약

변호사업계 "어불성설" 맞서

오는 21일 치러지는 대한변리사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변호사와 변리사들 간에 특허소송 대리권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변리사회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일제히 '변리사의 특허소송 대리권 확보'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법조계에서 이슈로 부상하자 변호사들이 '소송 대리는 법률가만의 몫'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변리사회에 따르면 고영회(56) 변리사와 최규팔(64) 변리사, 최달용(69) 변리사 등 3명이 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고 후보는 변리사회 상임위원과 공보이사를 거친 뒤 35대 변리사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최규팔 후보는 두 번에 걸쳐 집행부 부회장을, 최달용 후보는 2회에 걸쳐 부회장 직을 맡았었다.

각 후보들은 하나같이 특허침해 소송 대리권 획득을 제1공약으로 삼았다. 현재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의 권리 자체나 권리범위에 대한 심결취소 소송에서는 변리사도 대리를 할 수 있지만 민사법원에서 담당하는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변리사의 대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최규팔 후보는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기술의 특허성 유무를 따져야 하는데 이는 변리사 고유의 영역"이라며 "회장이 되면 '특허침해 소송 대리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등 소송 대리권 확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최달용 후보는 "침해 소송 대리권 획득은 변리사의 위상과 관계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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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은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특허 변호사(Patent Attorney) 제도 도입 역시 반대하고 있다. 특허 변호사는 총리실 산하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가 미국의 특허 변호사 제도를 본떠 국내에 도입하려는 새 자격 제도다. 법과 기술 모두에 능통한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변리사가 기존에 맡아 하던 업무와 같아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 후보는 "변리사를 놔두고 굳이 새 제도를 도입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제도 도입으로) 나중에 가서는 변리사가 미국의 특허 대리인(Patent Agent)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후보들도 강한 어조로 특허 변호사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변리사의 특허침해 소송 대리권 허용 문제는 10년 이상 동안 논란이 돼왔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변호사 측을 비롯해 법조계에서는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변리사 8명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변리사 소송 대리 불허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도 같은 해 10월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변리사 업계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고 후보는 "변리사법은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지, 심결취소나 침해 소송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변리사법 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변리사 소송 대리권 허용이 '어불성설'이라며 맞서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재위가 지난해 특허 변호사 도입 추진을 발표하자 "(특허 변호사는) 결국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 인정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성명을 냈다. 특히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불황으로 수임 여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을 맞아 '직역 수호'가 최우선 과제가 된 변호사 업계로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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