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룡의 질주/김인영·뉴욕특파원(기자의 눈)

미국에 때아닌 공룡 바람이 불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쥐라기 공원」 후편으로 제작한 「로스트 월드」가 개봉 초기부터 흥행에 성공했다. 초등학교에서 공룡에 관한 공부를 하질 않나, 중생대에 관한 픽션들이 서점에 어지럽다.실로 공룡이 살아서 질주하고 있다. 다름아닌 세계 최대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경제가 그것이다. 미상무부는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집계한 5.6%보다 높은 5.8%라고 수정발표했다. 미국 경제가 2%만 성장해도 과열이라고 하는데, 그 속도가 벌써 두배를 넘어섰다. 10년만에 최고이며 일본, 유럽의 어느 국가도 따라잡을 수 없는 빠른 속도다. 로자베스 캔터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거인이 춤을 배울때」에서 공룡처럼 움직임이 둔했던 미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얻은 것은 지난 5년간 각 부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군살을 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대대적인 다운사이징과 스핀오프(비주력기업 정리)를 단행, 몸무게를 뺐고 정부도 정부조직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방대한 재정적자를 줄여나갔다. 이렇게 해서 지난 80년대 주저앉을 것만 같던 공룡은 새로운 천년기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자랑했던 한국 경제의 1·4분기 성장률은 미국보다 처진 5.4%에 머물렀다. 우리 경제를 모델로 삼아온 말레이시아도 1분기 8.2%의 성장을 달성했다. 공룡은 저만치 달리는데, 네마리 호랑이중 하나는 뒤처져 영원히 주저앉는게 아닌가 걱정된다. 가속도가 붙은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개혁이 진행중이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의 경계를 허무는 금융개혁이 막바지에 와있고 팽팽히 대립하던 민주당과 공화당이 균형예산안에 합의했다. 그런데 성장속도마저 뒤처진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여야 총수들이 경제 살리기에 합의한게 어제 같은데 정치권은 바람 잘날이 없고, 금융개혁을 한다면서 은행장들은 정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의 새 영화에선 공룡이 대도시에 나타나 인마를 마구 잡아먹는다. 정부와 기업이 개혁을 피한채 둔한 동작을 하다간 정글과 같은 세계 경제의 논리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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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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