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M&A사건」으로 1천억이상 소요/대농 왜 이렇게 됐나

◎“주력업종 유통업으로 전환” 구조조정도 실패대농그룹이 최악의 경영위기에 몰리게 된 것은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섬유(면방)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구조적 문제와 미도파 M&A(인수합병)사건에 따른 돌발변수가 그룹을 부도지경까지 몰고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농은 주력기업인 (주)대농이 섬유경기의 퇴조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도파M&A사건」이 겹쳐 1천억원 이상의 예상치 못한 자금을 집중투입하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섬유산업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탈섬유」를 기치로 한 구조조정에도 실패, 위기를 맞았다. 대농은 90년들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한 저가공세에 밀려 수출경쟁력이 약화된데다 선진국들의 고급 브랜드가 물밀듯이 몰려오면서 수출·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 이 문제는 국내 섬유산업의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대농은 면방직 업체여서 경쟁국인 중국산 저가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대농은 이에 따라 지난 95년부터 와이셔츠 원단 등 신소재 개발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선진국의 유명 브랜드와 경쟁에서 뒤져 재고가 급증하고 신규투자에 따른 자금난까지 겹쳐 위기가 고조됐다. 대농은 면방경기의 퇴조에 따라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섬유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유통업을 주력업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유통사업도 자금여력이 없어 춘천을 제외하고는 지방주요도시에 대한 신규 출점에 실패했고 할인점 등 신업태의 도전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미도파 M&A사건은 대농그룹을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몰고가는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대농은 예상치 못했던 1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경영권 분쟁에 투입하게 되면서 지난 3월 대농유화와 대농창업투자를 매각키로 했고 이달들어 6백억원대 보유부동산을 처분키로 하는 등 자구노력에 나섰지만 때가 늦었다. 한편 대농그룹은 재벌그룹과 전국경제인연합 등의 연합전선을 펼쳐 미도파의 경영권을 보호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때문에 부도나 다름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다. 대농그룹이 미도파의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투여한 자금은 총 1천3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메트로프로덕트와 대농중공업을 통해 미도파 주식을 사들이는데 5백3억원, 나중에 성원그룹으로부터 미도파 주식을 넘겨받는데 7백84억원 등 총 1천2백88억원을 경영권방어에 소모한 것이다. 이에대해 대농그룹측은 그룹 전체 매출액이 1조4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 정도 자금은 큰 부담이 안된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자금확보에 시달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도파를 둘러싼 경영권분쟁은 지난해말부터 홍콩계펀드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자금이 동방페레그린증권사를 통해 미도파 주식을 대량매집한 것이 알려지면서 표면화됐다. 이와관련, 동방페레그린증권의 폴피비 고문은 지난 1월 『제3자에게 지분을 넘길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미도파의 경영권분쟁은 가시화됐다. 증시에서는 동방페레그린증권의 모회사인 신동방이 미도파의 경영권장악을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신동방은 줄곧 이를 부인해왔다. 이같은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농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미도파 주식 1백여만주를 취득한데 이어 1백50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려 했다가 법원의 결정으로 무산되는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월1일에는 외국인들이 성원그룹측에 미도파 주식 71만5천주를 매각한 것이 밝혀졌으며 외국인들은 미도파외에 대농 주식도 15% 가량 집중매입해 미도파와 대농의 지분매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들어 드디어 신동방이 미도파의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배후임이 밝혀졌다. 신동방은 지분신고를 통해 미도파 주식 13.24%를 보유한 것을 드러냈으며 성원그룹과 외국인 지분을 합할 경우 37%의 지분을 확보한 사실이 전면에 나타났고 3월6일에는 미도파의 공개매수 검토를 공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농그룹은 성원건설과 신동방의 자금조사를 관계당국에 진정하면서 외곽에서 숨통을 죄는 한편 신동방과 타협을 시도하는 양면작전을 구사해 마침내 3월15일 성원그룹으로부터 미도파 지분을 넘겨받아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 지었었다.<정완주·권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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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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