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아는 사람 있으면 찍고, 모르면 당 보고 찍는 거죠."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동안 유권자들은 유명인사 혹은 현역 의원을 찍거나 지지정당만 믿고 표를 던졌다. 이 때문일까. 새누리당 후보 중에 눈에 띄는 정치 신인이라고는 27세의 손수조 후보와 32세의 박선희 후보 정도다. 반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다른 청년후보들은 현역 의원이나 전략 후보에게 줄줄이 밀려났다. 정치 현장을 잘 아는 당직자출신도 공천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회 의석수가 민주통합당의 두 배지만 현역과 신인이 경쟁하는 경선 지역은 민주당보다 적다. 국민이 현장에서 직접 후보를 뽑는다며 당이 자랑했던 국민선거인단 경선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대부분 전화 여론조사 경선으로 대체할 생각이다.
새누리당은 성희롱 의혹이 있는 모 친박계 현역 의원을 부산에서 공천 대상으로 올리거나 다섯 번이나 지역구를 옮긴 홍사덕 의원을 '전국적 지명도'를 갖췄다며 서울 종로에 배치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내부에서 탈락 대상으로 꼽은 홍준표 전 대표도 본인 지역구에 도로 공천했다. 홍준표ㆍ홍사덕 의원은 당에 거취를 일임하면서 하위 25% 컷오프 조사대상에서 비껴가기도 했다. 서울 중구에 공천이 유력한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몇 달 전만 해도 저축은행 로비 대상으로 이름이 올라 홍역을 치른 인사다. 한 친박계 의원은 탈락 대상이었다가 반발하면서 살아남았다는 설이 돌면서 나머지 경쟁자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어떤 조직이든 지켜야 할 기본인 '신상필벌'이 무너진 것이다.
물론 신인 공천이 능사는 아니다. 경력이 일천하고 자기 관리가 안 된 일부 후보는 말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학교를 갓 졸업한 어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규모 증세를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다. 유권자가 그저 아는 사람을 찍는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관행일 뿐 정치 참여를 향한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 '정당 무용론' '정치 무용론'까지 부르며 새누리당에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10ㆍ26 보궐선거가 불과 5개월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