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부와 손발 맞춘 한은… 추가 인하는 가계부채가 1차 관건

'소비심리' 11번 언급하며 침체 장기화 선제대응

"가계부채 우려상황 아냐" 강조 불구 부담감 커져

추가 인하 땐 '사상최저'… 글로벌 흐름과도 반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예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시작하기 전의 긴장감은 없었다. 14일 회의장에 들어서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들에게 "오늘 교황 오신다는데 금통위에 많이들 오셨네요"라는 농담을 던질 만큼 시종일관 여유로워 보였다. 역시나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내린 2.25%로 결정됐다.

하지만 금리 인하 결정에 따른 뒷감당은 만만찮다. 무엇보다 1,0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 문제가 가장 큰 부담이다. 벌써부터 추가 인하 요구의 목소리도 나온다. 0.25%포인트를 더 내릴 경우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2%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진다. 오는 10월부터 본격화할 미국의 금리 인상 논의에 따라 각국이 앞다퉈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만만찮다.


◇예고된 금리 인하…내수 회복 '미흡' 진단=딱히 한은의 경기진단이 크게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금통위 표현에 따르면 지난 6월 '주춤'했던 국내경기는 7월에 '둔화'되더니 이달에 '부진' '미흡'해졌다.

수출은 7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하는 등 여전히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소매판매가 △4월 0.2% △5월 1.1% △6월 1.2%로 회복이 더디고 설비투자 역시 △4월 10.7% △5월 5.5% △6월 2.3% 등으로 신통찮다. 내수 개선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 총재는 7월 취업자 수가 50만5,000명 증가하는 등 고용지표가 5개월 만에 개선된 것에 대해 "고용을 같이 고려하지만 전반적인 경기와 물가를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유난히 '심리'를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11번이나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라고 강조하며 "소비에 구조적 요인이 내재됐고 투자 부진은 불확실성 때문이지만 (금리 인하를 통해) 심리가 개선되면 경기회복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로 6월의 107에서 다시 하락하며 세월호 참사 직후(5월)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경우 1차연도 성장 증대효과가 0.05~0.1%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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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인하 여부, 가계부채가 1차 관건=더 화끈한 경기부양을 위해 0.5%포인트 인하하지 그랬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모든 것을 같이 고려하기 때문에 하나만 보고 대폭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히 대응하겠다" 수준으로 갈음했다. 한은이 추가 인하하면 역대 사상 최저인 2%에 이른다. 금융위기 당시(2009년 2월)로 돌아가는 것은 한은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한은이 우려하는 것은 가계부채다. 정부가 이달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로 완화한 상태에서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에 속도를 붙일 수밖에 없다. 금통위 역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서 '가계부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통화정책과 관련해 가계부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가계부채 증가요인 중 가장 큰 요인은 주택경기였다"며 "지금 경제여건, 인구구조 변화, 주택 수급상황을 고려해볼 때 가계부채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려면 △금리 △주택경기심리 △전체 경기 △은행의 대출 확대 등 네 가지가 필요한데 현재는 금리밖에 안 내려갔다"며 이 총재의 견해에 동의했다. 반면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 이내로 묶기 위해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소득 증가대책 등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손발은 맞췄을지 몰라도 국제적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은 부담이다. 미국이 10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마치고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할 경우 한은 입장에서는 인하 방향으로 틀었던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정 연구원은 "앞으로 추가 인하가 될 것 같지도 않고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올해 많이 내리고 내년에 많이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금리라는 것은 흐름이라 그렇게 자주 변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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