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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베트남
자세낮춘 서비스 잇단 호평
증권사 인수·보험 공략 등 종합금융사로 변신도 추진
하나·외환 인니 법인
출금·입금 등 간단한 업무, 5분 안에 못 끝내면 보상
연내 신용카드·PB서비스
# 호찌민시 중앙에 자리한 신한베트남은행 본점의 1층 창구. 기자가 방문한 오후 내내 고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 평균 200여명의 고객이 다녀가는 본점 창구는 베트남 현지 직원이 베트남어로 현지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서명국 신한베트남은행 부행장은 "한국계 기업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 기업 대상의 대출영업도 확대하고 있다"며 "영업력 확충을 위해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우리소다라은행 베에제지점. 마감시간이 가까운 오후3시 무렵에도 고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인 고객은 "기존 소다라은행에서 연금담보대출을 받은 후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며 "한국에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은행과 합병해 더욱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김동수 우리소다라은행 수석부행장은 "신용카드와 개인대출·차량구입자금대출 등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우리은행의 특화된 노하우로 기업고객을 유치하면 기존 소다라은행 리테일망을 이용해 이들 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개인영업에 나설 수 있는 완벽한 영업체계가 갖춰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진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현지 법인의 한 임원은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진출 수준을 '신발을 신고 발을 긁는 것'에 비유했다. 아직은 어설프고 한계도 많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시장을 개척하며 한국식 해외진출의 역사를 써나가는 곳도 적지 않다. '금융 한류'의 서막을 올리는 현장이다.
◇베트남 금융시장의 벤치마킹 모델=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 중 성공 사례로 첫손에 꼽히는 곳은 어딜까. 모든 은행들이 주저 없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는 곳이 있다. 바로 신한베트남은행이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찾아간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현지 은행과 어깨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위상을 자랑했다. 호찌민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탄손누트국제공항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탄손누트국제공항에 내리면 큼지막한 신한베트남은행의 간판이 입국자들을 맞이한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은행이 신한베트남은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인상적이다
허영택 신한베트남은행장은 "외국계 은행들에서도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하려는 사례가 많다"며 "이제 신한베트남은행의 경쟁 상대는 외국계 은행이 아닌 현지 베트남 은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신한베트남은행의 입지는 탄탄하다. 실제 신한베트남은행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3,700만달러(약 428억원)로 이는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실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HSBC와 불과 100만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 초에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외국계 최우수은행상을 받기도 했다. 은행이 여전히 '갑' 노릇을 하는 베트남계 은행들의 영업행태와는 전혀 다른 신한베트남은행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현지 기업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진 덕분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종합금융사로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신한베트남은행을 방문해 카드사업을 활용한 시너지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최근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남안증권 인수작업을 연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신한생명 또한 지난 6월 베트남 하노이에 영업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신한금융 관계사들의 베트남 진출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허 행장은 "베트남의 경우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규제가 많지 않아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장의 잠재력이 높다"며 "보험·카드·증권 등 신한금융 계열사들의 시너지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약속 어기면 보상"…스피드 경영의 힘=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 지점 창구 앞에는 모래시계가 하나 놓여 있다. 고객이 오면 이 모래시계를 세운다. 표지판에는 '5 Menit Transaksi!(5분 초과하면 보상)'라고 적혀 있다. 출금·입금·송금·타행이체 등 간단한 다섯 가지 업무는 5분 안에 끝낸다는 고객과의 약속이다. 이 다짐을 지키지 못하면 1만루피아(약 1,000원)를 고객에게 보상한다.
하나·외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고속성장의 힘은 스피드 경영이다. 하나·외환은행은 다른 현지 은행에서 반나절 이상 걸리는 업무를 20분이면 마무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창구 앞 모래시계를 둔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다. 기업여신 역시 마찬가지다. 현지 은행의 경우 두어달씩 걸리는 여신심사를 하나·외환은행은 2주 안에 마무리한다. 자칫 빠른 심사에 부실률을 우려할 수도 있지만 부실채권비율(NPL)은 0.3%로 낮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하나·외환은행은 '소파가 있는 은행'으로 통한다. 아직 은행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없는 인도네시아에서 은행 고객은 자신의 순서가 될 때까지 마냥 서서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다. 이런 문화 속에서 고객을 위한 작은 배려 중 하나인 소파가 신선한 충격을 줬던 셈이다.
지점 한 편에 이제 막 공사를 끝낸 개인금고가 눈에 띄었다. 은행에 고객의 금고를 두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풍경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낯선 모습이다. 아직 서비스 개시 전이지만 문의가 뜨겁다고 한다.
하나·외환은행은 올해를 리테일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재학 하나·외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은 "지난해 합병으로 충전된 에너지를 통해 올해 신용카드 서비스와 현지 고객 증대 캠페인, 방카슈랑스 등 상품 라인업을 통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등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김보리·호치민=양철민 기자 bor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