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주재했다.
매주 열리는 회의이지만 이번만큼은 감회가 남달랐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 내정자에게 곧바통을 물려줘야 하는 만큼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회의장에 들어선 윤 장관은 바로 옆자리에 앉은 박 내정자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한참을 말없이 웃기만 했다. “오늘 회의가 내가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가 될 지도 모르겠다”고 운을 띄운 윤 장관은 “그 동안 모두 고마웠고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윤 장관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아니냐”며 “떠나는 사람들은 내각 밖에 있어도 계속 (정부를 위하는) 마음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날 회의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희 환경부 장관 등 물러나는 장관들이 참석해 마치 ‘내각 졸업식’을 방불케 했다.
윤 장관은 “여러 경륜이 있는 박 장관이 후임을 맡게 돼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가 여러 기로에 서 있는데 여러분 모두 힘을 내셔서 올바른 길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우리 경제를 이만큼 회복시키고 떠나게 돼서 든든하다”며 “한편으로는 고물가, 청년실업 등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후임자가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만큼 윤 장관은 되도록 외부일정을 잡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당초 오는 19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연차총회에 의장 자격으로 출장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물러나기로 결정됨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