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지금껏 남북관계는 한랭전선을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3월 드레스덴 선언을 비롯해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한 취임 이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 그리고 인권과 핵 문제를 함께 거론한 2일의 국무회의에 이르기까지 북측은 그때마다 원색적 비난으로 일관해왔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북한의 이번 대표단 파견은 예상을 뛰어넘는 국면전환이라 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과 매스컴이 일제히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대표단 파견을 과도하게 평가해 마치 급격한 관계개선이라도 이뤄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핵과 인권 문제로 인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남한을 겨냥한 전시성 이벤트를 했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서 경제적 실리만을 노리는 외교 카드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이날이 10·4선언 7주년임을 새삼 일깨우면서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앞세운 자주통일 실현과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남선언들을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악화된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북측이 어떤 협상전략을 내놓든 우리 정부는 핵과 인권 문제 해결 없이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이다. 대북정책이 북의 이벤트 연출에 가볍게 흔들려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