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의료수출이 희망이다


한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는 끝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경제는 계속해서 침체의 터널 속에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 도달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2만5,0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조금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우리 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5% 정도였다면 지금은 3%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자칫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력·자본·기술 등 우리 경제가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동원했을 때 달성 가능한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한다.


장비·시스템 등 외국진출이 성장동력

우리의 잠재성장률 역시 1990년대에는 6%대였지만 지금은 3%대 후반으로 내려와 있다. 이처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해서 3%대의 중성장 시대에 만족할 수는 없다. 4만달러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규모를 늘리고 효율성도 높이며 신기술을 개발하고 인적 자본을 고도화하고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즉 같은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더 많은 산출량과 부가가치를 뽑아낸다면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중성장 시대의 새로운 희망은 교육·의료·법률·회계·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의료관광이다. 최근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2009년에는 6만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2012년에 16만명으로 크게 늘었고 매년 40%가량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한국 의료진의 섬세한 손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첨단장비가 어우러져 해외의 부자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희망은 의료 수출이다. 외국의 부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우리의 의료 장비, 시스템, 인력 등이 함께 포함된 의료 시스템 자체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에 눈을 떠야 한다. 한국 의료기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6개국에 91개소가 진출했지만 60%가 성형·피부·치과·한방 등 의원급으로 수익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 진출 지역 또한 중국과 미국의 교포 시장에 한정돼 있다. 최근에는 중동의 공공병원 등 큰 프로젝트에 참여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 성과는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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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구 800만의 강소국 오스트리아에는 의료 수출의 히든챔피언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오스트리아 병원그룹 바메드(Vamed)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2,000억원 정도로 우리나라의 세브란스·삼성병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해외 병원설립 히든챔피언 육성을

바메드는 독일·이탈리아·러시아·베트남·호주·가봉 등 전 세계 70개국에 600개 병원을 세웠다. 그리고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 이와 같은 성공 사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정부가 의료 연관 부대사업을 의료법인 자회사에 허용하겠다는 서비스업 발전 방안을 발표한 후 해묵은 의료 민영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요즘 경기 침체로 크고 작은 모든 병원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 의료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의료관광·의료기기·신약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해내면 내수가 살아나고 병·의원의 수익성이 향상되는 등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병원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이번 방안을 잘 활용하고 발전시켜서 바메드그룹 같은 의료 수출 분야 히든챔피언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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