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떠올리기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정폭력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수는 40%를 넘는다고 한다. 한국여성의 전화 가정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건수는 총 1,272건으로 그 중 가정폭력 696건(60.7%), 성폭력 112건(9.8%), 가족 문제 100건(8.7%) 순으로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아내가 남편을 때리는 경우도 있지만 가정폭력피해자 중 여성이 98.8%에 달해 가정폭력의 주된 피해자는 대부분이 여성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여전히 집안 문제나 주변에서는 개입할 수 없는 부부싸움으로 보는 인식이 많으며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할 범죄라는 인식은 매우 미흡하다. 지난해 발생한 사건 가운데 극도의 공포감을 호소하는 신고자의 전화를 받고서도 경찰관이 부부싸움이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대처해 신고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은 경찰관조차 가정폭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정상담을 하다 보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매맞는 아내들,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어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주변의 무관심 속에 수치심과 무력감 속에서 가정폭력의 지속적인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다.
'매에 장사가 없다'는 옛말이 있다. 지속적으로 매를 맞다가 어쩔 수 없이 이혼 법정까지 가는 아내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가정폭력은 피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피해자는 자신의 정신적ㆍ신체적 피해 외에도 폭력을 피해 자녀와 함께 새로운 거처를 찾아 떠나야 하는 문제에도 봉착한다. 또한 가정폭력은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특성도 갖고 있으니 그 심각성은 말할 나위 없다.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피해 또한 매우 심각하다. 한국인 배우자의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폭력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결혼이주여성들은 언어소통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초기에 드러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들도 정신적ㆍ신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해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들은 또 다른 특수성을 갖기 때문에 더욱 세밀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많다.
가정폭력은 단지 개인의 문제, 부부 간의 하찮은 문제가 아닌 중대한 범죄행위로 간주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4대 사회악 중 하나로 가정폭력을 선정해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가정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상담소,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 등을 확대해 피해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경찰관ㆍ검사ㆍ법원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가정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긴급임시조치 및 현장조사제도 등 가정폭력피해자보호명령제도의 적극적인 활용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