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수출액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기업이 '출혈수출'을 강행하고 있는 탓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은 물론 매출액까지 급락하는 등 속병을 앓고 있으며 수출 부문은 총액이 늘어나도 내실은 악화되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다.
일단 환율동향을 보면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11원 70전에 장을 마쳐 올 초 대비 3.6%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10.6% 빠진 수치다. 하지만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 수출액은 5,597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수출액도 2,836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에 대해 수출기업이 환율하락으로 이익이 줄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을 강행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종문 한국관세무역개발원 통계연구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으로 마진이 줄었다고 수출을 중단할 수 없다"며 "만약 중단하면 거래처를 경쟁 업체에 빼앗길 수 있고 한번 잃은 거래처를 다시 되찾는 것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총 수출액이 증가하면 수출기업의 실적은 개선돼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22개 제조기업 중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 '수출 제조기업'의 올 1·4분기 영업이익률은 2.8%에 머물러 내수 기업(4.2%)에 못 미쳤다. 수출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4분기부터 3분기 연속 3%를 하회하고 있다. 매출액 역시 하향 추세다. 수출 기업의 분기별 매출액 증감률(전년대비)은 지난 2012년 4·4분기부터 올 1·4분기까지 총 6분기 중 5분기에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최근 KB투자증권도 "MSCI한국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2·4분기 매출액 증감률이 전년 대비 -5.5%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환율하락에도 수출이 고공행진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출의 4분의1을 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 등 원자재를 수입해 재수출하는 부문이 맡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환율 하락으로 수입 원자재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어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이들의 총 수출액은 675억달러로 전체의 23.8%를 담당했다.
이외에 수출이 환헤지를 해놓은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1%로 이들은 환헤지를 해놓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도 수출량을 좀처럼 줄이지 않는다. 이 밖에 세계경제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수출은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관세개발원 박 팀장은 "현재 출혈수출을 하는 기업들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결국 수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총 수출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울며 겨자먹기식 출혈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활성화로 수출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다수의 수출기업들이 내수 영업도 하고 있으므로 내수 활성화로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고 무역 수지상의 수입도 늘려 환율 하락의 주원인인 경상흑자 규모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