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관계 “대변혁” 예고/노동법 개정안 기습통과 의미·파장

◎“복수노조 유보 개혁의지 퇴색/정리해고로 근로자 지위 불안당초 노동계가 주장했던 복수노조의 허용은 유보됐으나 정리해고, 변형근로등 경영계의 입장을 대폭 반영한 선에서 노동법개정이 일단락돼 앞으로 노사관행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헌법제정보다도 어렵다는 노동법개정안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26일 새벽 신한국당에 의해 전격적으로 기습 처리됐다.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은 내년도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감안, 경쟁력 강화에 비중을 둔 노동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노동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상급단체에 한해 복수노조를 허용키로 했던 정부의 개혁의지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데다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기준과 관행을 감안하겠다던 당초 취지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날 신한국당은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설립을 3년간 유예하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보다 명확하고 간결하게 수정한 것 이외에는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 통과시켰다. 당초 개혁의지를 보여준 용기있는 결단으로 평가됐던 정부의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이 국회 통과과정에서 3년뒤로 유보돼 다소 개혁의지가 퇴색된 느낌이다. 복수노조 문제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노사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핵심쟁점인데다 남북분단의 현실과 노동계의 혼란을 우려해 재계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내년부터 상급단체에 한해 복수노조를 허용할 경우 단체간 경쟁과열로 발생할 수 있는 노사관계 혼란을 방지, 국제경쟁력에 대한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3년 뒤로 유보했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 정리해고의 경우 정부안이 경영상에 의한 해고의 사유를 너무 세부사항까지 열거, 정리해고가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 사유를 보다 명확하고 간결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다수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의 불가피성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사전적 심사제도를 두어 부당한 해고를 미연에 방지토록 했다고 수정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용자는 정리해고, 변형근로 등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근로·고용관행이 법제화된 것이나 유급 전임자제의 폐지, 파업중 대체근로 허용 등으로 경영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노사가 합의할 경우 1개월 이내의 기간을 평균해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넘지않는 범위내에서 특정주에 56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는등 경영여건, 업무량 변동등에 대처해 합리적인 인력관리가 가능해 졌다. 또 경영상 이유에 의해 부득이 고용조정과 인원을 감축하는 경우 아직 명문규정이 없어 판례에 의존,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잡음이 많았으나 앞으로는 해고요건을 명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됐다.그러나 그만큼 근로자들의 신분이 불안해졌다. 반면 노조는 제3자 개입금지 규정이 삭제되는 대신 사용자와 임금등의 협상시 상급단체나 변호사등 제3자의 전문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법적 권한이 없는 자가 단체교섭을 방해하거나 쟁의행위를 선동·조정하는 것은 예전과 같이 금지된다. 또 기존에는 노조규약으로 위원장의 대표권을 제한, 사용자측과 합의해도 노조총회에서 부결돼 분규가 장기화되는등 엄청난 대가를 치뤄 왔으나 앞으로는 노조대표자가 교섭과 협약체결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돼 단체교섭 관행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사용자가 파업기간중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노조가 임금지급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못하도록 「무노동·무임금 원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도 상당한 변화로 볼수 있다.<최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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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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