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감위신설 효율성뒷전 부처이기주의만/금융감독체계 개편 의미·반응

◎이해관계따라 반응 ‘백인백색’/재경원 예상외 반발에 금개위 당혹/금융권 “감독기구만 느는것 아니냐” 우려/“최종판단은 대통령이” 청와대 역할강화「백인백색, 백가쟁명」.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둘러싼 금융개혁위원회 시안이 발표되자 19일 재경원 한은 금융단과 청와대 신한국당 총리실 등 관련 당사자들은 저마다 의견을 쏟아내며 일대 혼전을 전개하고 있다. 한쪽에선 협박에 가까운 호언장담을 서슴지 않고 다른 한쪽에선 해묵은 감정싸움이 재연되는 형국이다. 또 민간위원회가 법률 개정안을 내겠다는 「억지」가 들먹여지는가하면 『손해볼 것 없다. 법대로 하자』는 실속계산들도 고개를 들고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둘러싼 관련기관의 입장을 총정리한다. ○…금융개혁위원회는 이번 중앙은행 독립방안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나름대로 객관성을 확보하려 애썼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금개위 실무진들은 재경원 반발이 당초 예상보다 강하자 당혹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금개위는 당초 내부에 법률전문가가 없고 시간적으로 6월 임시국회에 한은법개정안을 상정하기 위해 법 개정작업을 재경원에 맡기기로 했으나 재경원이 워낙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금개위가 직접 법안마련 작업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것. 금개위는 이를 위해 법제처등 관계부처에 협조방안을 의뢰하는 한편 다음주 청와대에 보고할 최종 보고서에 법개정 사항을 포함,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이번 금개위의 감독기구 개편방안에 대해 총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기능이 아직 분명하게 결정되지 않아 입장 표명을 하기 어렵다는 반응. 특히 은행권은 금감위 신설로 금융감독기구가 현행 한은, 재경원에 금감위가 추가돼 감독업무를 관장하는 시어머니(?)만 더 늘어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또 은행·증권·보험 등 감독기구를 하나로 통합한 것은 금융의 겸업화추세에 따라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감독기구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 자체가 또다른 관치금융의 시작이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통합의 당사자인 보험감독원과 증권감독원은 금개위 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나 이로 인해 예상되는 위상 축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이들 3개 감독원이 통합될 경우 상대적으로 은행감독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증권·보험감독원은 통합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금융개혁문제와 관련, 『금개위가 최종안을 건의해오면 이를 존중하고 합리적인 것은 받아들이겠지만 법률안 자체는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만들 것이며 최종 판단과 결정은 대통령이 내릴 것』이라고 언급해 앞으로 청와대 비서실이 적극 자세로 나설 것임을 시사.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의 관계설정에 대해 『통화신용정책이라는 행정권을 갖는 금융통화위원회를 법인격체에 불과한 한은의 내부기구로 만드는 것은 법과 행정체계상 문제가 있다』며 『독립규제기관으로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에 한은을 두는 것은 생각할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또다른 청와대 인사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총리실로 간다해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이 경제부처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면 사실상 재경원 금융정책실이 구재무부로 부활되는 셈』이라 꼬집고 재경원내 반대 움직임에 대해 고개를 갸웃. ○…금융감독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금개위 안과 관련, 신한국당은 다소 신중한 반응. 나오년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이날 『정부측 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측에서 안이 나오는대로 당이 이를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나위원장은 그러나 『금개위안에 대해 정부내 뿐만 아니라 당 내외에서 다른 의견이 많기 때문에 신중한 의견수렴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 또 금융감독기능 개편을 위한 한은법, 은행소유구조개선을 위한 은행법, 금융기관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 등 굵직굵직한 법안들의 임시국회 일괄 통과는 힘들 것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전망. ○…국무총리실은 금융개혁위가 금융감독위를 총리실 산하에 두겠다는 것과 관련, 공정거래위를 예로 들며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고 확정된 것도 아니지않느냐』며 별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재경원과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외에 총리실이 금융감독 기능을 맡게되면 3자간에 어떻게 조화를 잘 이루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며 『그러나 이론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부서와 감독하는 부서가 분리된다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말해 총리실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두기로 결정한 배경 자체에 의문을 제기.<정경부> ◎재경원/‘금융실 죽이기’ 일부 음모론 제기/구기획원­재무부출신 감정싸움 ○…재경원 내부에서는 그동안 잠복됐던 구기획원출신과 구재무부출신간의 감정싸움이 재연. 금개위 관계자는 금정실 실무자들과 만나 『금정실을 해체하겠다』고 장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재경원은 금개위가 자기들 몫을 찾기위해 성급한 개혁을 시도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둬야 한다는 금개위안에 대해 구기획원 관계자는 『금정실 사람들은 다른 실국에는 갈 생각을 하지않는데 위원회로 가서 금융일만 하게 돼 잘된 것 아니냐』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금정실 관계자는 『어차피 차기정권에 가면 공룡이란 비판을 받아온 재경원 조직의 분리가 불가피하고 업무특성상 예산실이 먼저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데 금융개혁을 빌미로 금정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금융개혁이 「금융실 죽이기」로 변질됐다는 음모론을 제기. 금정실의 이같은 반발에 따라 강부총리가 19일 낮 금정실 간부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다독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부총리의 금융개혁에 관한 입장과 관련, 구기획원출신은 『원칙적으로 금개위안을 대부분 받아들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하는 반면 구재무부출신들은 『깊게 들어가면 금개위안을 참고하는 정도』라며 상반된 해석이다. ◎한은/‘통화정책 중립성확대’ 수용방침/검사국기능은 오히려 늘어날듯 ○…한국은행은 은행감독원의 분리를 골자로 한 금개위 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은행경영 건전성과 관련한 감독기능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지만 재경원의 금융정책실 기능이 약화돼 통화금융정책의 실질적 중립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 별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경식 총재는 이날 『아직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아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힘들지만 금개위의 추진 방향이 옳다면 도와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금개위 추진 방안을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은 금개위 최종안이 확정돼 은감원의 감독기능중 일부만 한은에 남게 될 경우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세부사항을 검토중이다. 은감원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될 경우 신용감독국의 기능은 한은에 남게되나 인가업무를 주로 맡는 금융지도국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각 검사국은 통화신용정책과 관련한 감독업무에 한해 한은내에 존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재경원이 갖고 있던 신탁계정 감독, 한국은행과 당좌예금거래약정을 체결한 제2금융권에 대한 감독기능등을 한은이 맡게돼 검사국 기능은 축소보다 확대쪽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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