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라만차의 기사처럼…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걸으리라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돈키호테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Man of La Mancha)'의 클라이맥스에서 나오는 너무나도 유명한 넘버(노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의 가사다. 지난해 가을 이 뮤지컬을 보고 느꼈던 뜨거운 감정이 다시금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하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ㆍ레미제라블ㆍ오페라의유령ㆍ미스사이공이 모두 영국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만들고 영국에서 초연된 것과 달리 맨오브라만차는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져 히트친 대표적인 브로드웨이 작품이다. 데일 와써맨이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를 토대로 대본을 썼고 미치 리가 작곡, 조 대리언이 작사를 맡아 미국 무대 역사상 전대미문의 성공을 거뒀다.

와써맨은 세르반테스를 집중 연구해 그가 돈키호테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 세르반테스를 화자로 두고 감옥 안에서 죄수들에게 자신이 쓴 소설 돈키호테를 극중극 형식으로 들려주는 방법으로 극을 만들었다. 그는 스스로 이 작품이 세르반테스의 불굴의 영혼에 존경을 표한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갑자기 뮤지컬 얘기를 하게 된 것은 기업가 정신을 토대로 하는 창조경제가 시대의 화두가 됐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경제와 문화가, 기업과 문화가 더 자주 만나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돈키호테는 꿈과 이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무한질주하는 프론티어의 대명사다. 라만차(La Mancha)는 스페인 중부 마드리드 바로 남쪽에 위치하는 고원지대인데 그 지명은 '고원'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의 모험 무대로 설정한 것도 해발 680~710미터의 불모 지대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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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변화하는 요즘 시장경제는 라만차의 고원과 같다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중진국을 넘어서 선진국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고임금을 기본 환경으로 하는 선진 경제에서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기업가 정신으로 다시 한번 무장해야 한다. 극한 상황에서도 몸을 던져 헤쳐나가는 라만차의 기사로부터 어쩌면 잃어버리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성장과 복지확대, 더 나아가서는 통일이라는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수십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라만차의 정신을 가다듬자.

맨오브라만차는 1965년 뉴욕에서 초연을 올린 뒤 1969년까지 뉴욕 공연만 연속 1,800회를 달성했다. 이후 스페인에서 굉장한 성공을 거둔 뒤 이스라엘ㆍ스웨덴ㆍ덴마크ㆍ체코슬로바키아ㆍ영국ㆍ남미 등으로 이어졌다.

맨오브라만차는 지난해 6월 한국에도 상륙해 지난해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대극장에서 총 244회나 공연됐다. 당초 2012년 6월부터 10월7일까지 공연예정이었지만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12월31일로 연장해 무려 6개월이나 공연됐다. 20번 이상 관람한 관객들이 100명에 달했고 최다 관람자는 46번까지 봤을 정도로 매력 있는 작품이었다. 맨오브라만차는 이에 앞서 2005년 국내 초연된 후 2007ㆍ2008ㆍ2010년 세 번의 앵콜 공연을 거쳐 지난해 다섯 번째 공연이 이뤄졌다.

아이돌 스타들, 싸이에 이어 이젠 뮤지컬도 일본으로 대거 수출되고 있다. 특히 창작 뮤지컬은 일본에서 따라오지 못할 정도 수준이 앞서 있다. 한류가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류 흐름이 뿌리내리고 일일우일신 새롭게 변신하고 더욱더 번져나가기 위해서는 문화 부문은 더 많은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더 많은 아이디어들을 필요로 한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문화와 기업들의 융합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예술가와 기업, 당국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국민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문화도 융성하고 기업도 도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서로 더 많은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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