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금융위기와 관련된 책은 관련 업종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하지만 시중에 떠도는 금융위기 관련 책들 상당수는 음모론에 기반을 둔 팩션(faction)으로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금융위기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되짚고 국내 금융 환경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세계를 뒤흔든 경제 대통령들’의 저자(유재수)가 금융과 금융위기 역사를 촘촘하게 다시 짚어냈다.
호화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위기와 불안 속에서 유지됨을 보여주는 왕의 자리를 빗댄 ‘다모클레스의 칼’이 이 책의 제목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익숙하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저자는 17세기를 시작으로 최근의 유로존 위기까지 300여년에 걸친 금융위기의 역사를 ‘탄생-확산-붕괴-미봉-망각과 자만-다시 찾아온 붕괴’의 흐름으로 밀도있게 조명했다.
1634년 네덜란드 튤립 버블부터 1930년대 대공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주요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도 꼼꼼히 담겨 있다.
이는 미국과 영국 등의 금융위기만을 직접적으로 살펴보던 다른 금융위기 관련 책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법이다.
저자가 오랜 역사를 헤집어 다양한 국가의 금융위기를 분석한 이유는 명료하다. 국가별, 시대별로 금융위기가 찾아온 원인이 다르고 그 대응법도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법이 본질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은 금융위기가 찾아오면 달러를 무제한으로 푸는 양적 완화를 사용해서라도 고비를 넘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같은 방식으로 위기를 넘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담긴 다양한 국가의 금융위기 사례와 그 대응법은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금융 분야 공무원인 저자가 2007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과정을 정책 현장에서 직접 목도했고 1997년에도 미국에서 연수를 받으며 외환위기 과정을 지켜봤다는 점이 이 책에 신뢰를 더 하게 한다.
저자는 수없이 계속됐지만 결코 같은 방식으로는 일어나지 않았던 금융위기의 역사를 지적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으로 금융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