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경상흑자·국채 신뢰도 '빨간불'

"고령화로 경제 활력 떨어져 3~4년후 경상적자 우려"<br>국가채무 많지만 개혁 부진… 재정위기 발생할수도

오랜 경기침체와 재정 악화에도 불구하고 일본경제를 지탱해 왔던 두 가지 신화, 경상훅자와 안정적인 국채금리에 위험 신호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태로 '메이드 인 재팬'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일본을 경상흑자국으로 지탱시켜 온 무역수지는 4월 들어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최악의 국가채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재정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올들어 모두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일본 국채의 신뢰도에 물음표를 제기했다. 일본이 재정 악화와 금융시스템 위기, 실물경제 추락이라는 악순환 속에 자칫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에 점차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도쿄 도내에서 열린 일본금융학회 세미나에서 "국채가 원만하게 소화되고 국채 금리도 안정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 탓에 재정악화에 대해 경종을 울리면 '양치기 소년'과 같은 취급을 받을 때가 있지만 재정적자 상태를 무한정 이어갈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면서 일본의 재정이 더 이상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시사했다. 국제 신용등급회사인 피치가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경고 메시지다. 시라카와 총재는 "정부의 지급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비연속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라며 "유럽 재정위기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도가 일단 하락하면 재정과 금융시스템, 실물경제간 부(負)의 상승작용에 의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막대한 채무를 안고 있지만 국채가 대부분 국내에서 소화되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온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는 한 발만 잘못 디뎌도 곤두박질쳐서 장기금리 급등과 대형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그의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잘 버텨 온 일본의 국채부담이 '발등의 불'로 인식되고 있는 데는 누된 국가채무에 더해 대지진 복구재원 마련을 위한 재정부담이 가중된 탓도 있지만, 일본의 강점이던 '경상흑자'기조가 위협을 받기 시작한 영향도 크다. 일본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지난 1981년 이래 일본 경제의 강점으로 정착된 경상흑자가 위태로워졌다"며 일본이 경상적자국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와 관련 JP모건증권의 간노 마사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르면 3~4년 후에라도 일본이 경상적자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010년 일본 경상수지는 17조1,000억엔으로 지금도'흑자대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7조9,000억엔의 흑자에 기여한 무역수지가 대지진 이후 악화되며 4월에 이미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지난 3월 경상흑자도 전년동기대비 34.3%가 줄어든 1조6,700억엔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악화됐다. 지금은 해외투자에 따른 배당과 이자 등 소득수지 흑자로 경상흑자가 유지되고 있지만, 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일본이 적자국으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경상적자국이 된다는 것은 국내 자금만으로는 경제활동을 뒷받침하지 못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에 경제활동을 의존해야 함을 의미한다. 호세이대학의 고미네 다카오 교수는 "해외 자금조달은 일본 국채를 외국인 투자가들이 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국제 투자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재정이 파탄난 그리스처럼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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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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