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벤처가 뛴다] <7> 김미균 시지온 대표

소셜댓글 플랫폼 '라이브리' 개발

아시아 최대 커뮤니케이션으로 키워야죠


희귀병으로 아나운서 꿈 접으며 더 가치 있는 꿈 찾아 창업 결심

온라인 악성댓글 문제 해소 나서


창업 8년차 … 이용자 1800만명

고객사서 작성자 중심으로 진화… 中·동남아 등 해외 진출 계획도


중학교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김미균(30·사진) 시지온 대표는 대학교 1학년 때 치아교정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턱 뼈가 마모되는 희귀병이 있어 치아교정을 할 수 없다는 것. 고등학생 때부터 'EBS 청소년 원탁토론'을 진행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대학도 당연히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5~6개의 방송에 출연했다. 아나운서가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발음이 새서 미루고 미루던 교정을 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에 그는 꿈을 잃었고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함묵증까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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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당시 꿈을 잃고 좌절도 많이 했지만 오히려 꿈에 대해 스스로 심도 있게 질문해보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자'는 가치를 꿈으로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직업이 아니라 가치를 꿈으로 바꾸자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다빈·최진실 씨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사건과 촛불집회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었던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악성 댓글 문제가 대두됐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친구들과 악성 댓글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나섰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2009년 9월 아시아 최초로 소셜댓글 플랫폼인 '라이브리(LiveRe)'를 개발했다. 라이브리는 언론사나 기업 사이트에 설치하는 댓글 플랫폼으로 인터넷 실명제의 대안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댓글창과 연동시켜 악성 댓글이나 사이버 테러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계정을 연동해 댓글을 남기기 때문에 댓글 내용을 친구들이 보게 돼 악성 댓글이 확실히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창업 8년차인 시지온은 900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고 이용자수만 1,8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연예인 자살과 촛불집회 등의 사건들은 온라인에서 '악플'이 시작되는 시기였다"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문제 해결에 집중한 결과 '라이브리'라는 플랫폼이 세상에 나오게 됐고 기존 기업들과 다른 가치, 재무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자'는 가치는 사내 문화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28명의 직원들과 1년에 4번 국내외 워크숍이 아닌 '플레이숍'을 간다.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함께 놀고 즐기자는 의미에서 플레이숍이라고 부른다. 회사에서 바꾸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것들을 모아 카테고리를 나눈 뒤 바꾸고 싶은 사람들끼리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직접 바꾸기도 한다. 김 대표는 "가령 사내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직원들은 문화TF를 만들어 의자와 가구 배치까지 원하는 대로 바꾼다"고 말했다.

라이브리 서비스는 최근 기존 8버전에서 씨티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업그레이드 포인트는 기존에는 설치하는 고객사 중심의 플랫폼이었다면 최근 버전은 작성자 중심의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댓글을 모아서 볼 수도 있고 댓글에 동영상이나 스티커를 첨부할 수도 있게 됐다. 시지온은 앞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수요가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또 댓글 빅 데이터를 분석해 광고 서비스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도 고민 중이다.

김 대표는 "라이브리를 씨티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을 시작으로 댓글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현재 10억원대인 매출을 더 늘려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온라인과 TV, 모바일 댓글에 최적화되면 아시아 최대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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