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기로 하면서 '제2 창업'의 기틀을 닦았다. 이르면 2020년, 115층 높이로 지어질 GBC는 현대차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재계에서도 지금은 현대차의 통 큰 결단과 추진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절차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한전부지 입찰과정에서 주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는 주가에 반영됐고 올 들어서도 현대차가 저평가를 받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 창구를 넓리는 등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갖춰야 진정한 글로벌 톱 회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외부 자문단 구성하면 효과 커질 듯=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주주권익보호위원회(가칭)'를 이사회 내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들이 요구한 방안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주총 때 주요 등기임원의 재선임이 걸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명성 제고 방안을 올해 중으로 끝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익위를 이사회 내에 운영하더라도 외부 자문단을 꾸려 이들에게서 조언을 듣고 활동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권하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인선자문단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5배수 추천한 뒤 이를 이사회 내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다시 추리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열린 운영 구조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크다.
재계의 고위관계자는 "독립적인 외부 자문단에서 주주권익위원회에 참석할 이사를 선정하게 하거나 이들의 의견을 청취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반영할 수 있는 틀을 만든다면 주주들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주주들의 경우 현대차의 주주권익 개선에 대한 실천 의지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해소 방안"이라고 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도=현대차그룹의 광고계열사인 이노션은 지난달 말 기업공개(IPO)를 위한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업계의 관심은 정의선 부회장 지분 10%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IPO 과정에서 지분을 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현대차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으로 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노션 주식 54만주를 매각해 3,000억원을 회수했다. 올 들어서는 공정거래법 규제 문제로 현대글로비스 지분 8.59%을 매각해 7,427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매입에 나서거나 현대차의 최대주주(20.78%)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글로비스 블록딜을 담당했던 씨티증권 측이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 추가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