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주제를 두고 작품을 올리는 기획경매로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가정의 달, 결혼시즌을 앞두고 가족ㆍ어린이ㆍ결혼 등 주제한 경매를 비롯해 컬렉터 한 사람의 소장품으로 이뤄진 '컬렉션 경매' 등이 연이어 열린다. 올 들어 미술품 경매 낙찰률이 80%에 육박하는 상승국면에 접어들자 다채로운 기획 경매로 미술품 애호가들을 끌어안으려는 것이다.
◇어린이ㆍ혼례ㆍ가족 주제 경매= 코스닥 상장기업인 국내 최대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혼례'를 주제로 오는 24일 서울옥션 강남점에서 기획경매를 연다. 보통 경매회사들은 시즌별 연 4회의 메이저경매를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주제가 있는 특별 경매를 기획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총 109점이 출품됐다.
'키즈 경매'에는 줄넘기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그린 박수근의 '줄넘기하는 소녀들'이 추정가 2억5,000만원에서 4억원에 출품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작품으로 표현한 이중섭의 은지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작업을 했던 장욱진의 아이를 소재로 한 그림 등도 선보인다.
'혼례 경매'에는 전통혼례와 관련된 고미술품과 연인들의 사랑을 담은 유화 등이 선보인다. 이번 경매 전체에서 최고가 작품인 천경자 1975년작 '후원'은 전통 혼례복장을 한 여인을 그린 것으로 추정가가 4억~6억원으로 책정됐다. 조선시대 혼례나 잔치에 사용됐던 모란도 8폭 병풍(작자 미상)을 포함해 전통혼례에 사용된 목인, 가락지 등도 선보인다. 경매 내 이벤트로 배우 강혜정ㆍ박시연 등이 입었던 웨딩드레스 브랜드인 '비욘드 드레스' 대여권도 출품된다. (02)395-0330~4
◇국내 첫 '1인 컬렉션' 경매도=미술품 애호문화가 자리잡은 외국에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이나 '이브 생 로랑 컬렉션' 등 소장자의 이름을 내 건 경매가 종종 열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었다. K옥션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 명의 컬렉터가 소장한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엄 컬렉션' 스페셜 경매를 오는 25일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연다. 주인공은 컬렉터이자 화상인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 엄 대표는 미술전공자는 아니지만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1978년에 화랑을 설립해 30년 이상 1,000여점의 작품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미술품 경매는 수요자 취향을 우선시 한 인기작가ㆍ유행 경향의 잘 팔리는 작품이 주를 이루지만, 이번 경매는 컬렉터의 선구자적 안목이 돋보이는 출품작이 대거 선보인다. 특히 39세에 요절한 천재작가 손상기의 유작들이 눈에 띈다. 척추장애에 시달리며 가난과 외로움을 그림으로 승화한 손상기는 '공작도시' 시리즈가 대표작인데, 이번에 '공작도시-우.후'가 추정가 9,000만~1억3,000만원에 나왔다. 이 외에도 전혁림ㆍ박서보ㆍ손장섭 등을 비롯해 베르나르 뷔페ㆍ부샹 파이 등 총 92점이 출품된다. 최고가 작품은 베르나르 뷔페의 '콩코드 다리'로 2억5,000만~3억5,000만원에 경매에 오른다. 경매는 25일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서 열린다. (02)3479-8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