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도 중국 본토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퉁(홍콩·상하이 증시 간 교차 매매)이 시행되면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 자금이 중국 본토의 주식 투자로 몰리면 한국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저평가 받았던 중국 증시가 재평가되면 주변국인 한국에도 그 온기가 전해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14.14% 상승했다. 같은 아시아국가인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올해 초에 비해 4.73% 하락하고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연초 대비 7.79%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세계에서 나 홀로 경기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올해 초에 비해 5%가량 올랐지만 상해종합지수 상승률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올 들어 중국 증시만 유독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다음주 중 실시 예정인 후강퉁의 영향이 크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이후 해외자금 유입 및 수급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상해종합지수가 빠르게 상승했다"며 "후강퉁은 해외자금의 상해A 시장 유입을 확대하고 중국 증시의 오랜 강세를 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중국 A주가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되면서 중장기적으로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후강퉁이 원활히 시행될 경우 내년 상해A주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외 기관 투자가들의 중국 본토 주식 편입 확대는 당장 한국 증시 수급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MSCI가 3월 상해A주 시장 전체 유통주 시가총액의 5%를 MSCI 신흥국지수에 부분 편입하는 방안을 고려한 바 있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상해A주의 5%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상해A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0%에서 0.6%로 증가하는 반면 한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에서 15.7%로 줄어든다. 특히 상해A주가 MSCI 신흥국지수에 100% 편입될 경우 한국 주식의 비중은 14.2%까지 감소한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도 "중국 본토시장의 글로벌 지수 편입은 한국과 신흥시장의 수급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MSCI가 이미 3월 제안에서 밝혔듯 점진적으로 상해A주를 편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수급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SCI가 내년 6월 상해A주 5% 부분 편입을 결정할 경우 2016년 5월까지 1년에 걸쳐 6,000억원 수준의 외국인 매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강퉁 시행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이사는 "지난 8년간 중국 증시가 다른 나라의 증시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후강퉁 이후 재평가를 받으면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중국 주식이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받게 되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주식도 재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