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오래 있어봐야 비전 없다" 짐싸는 정부부처 '젊은피'

업무과중에 인사적체 겹쳐 "일할 맛 안나" 불만 목소리

과장급 민간기업行 잇달아


정부 부처의 '허리', 그것도 잘나가던 과장급 공무원을 중심으로 퇴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신상 이유를 앞세우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인사적체에 따른 피로감과 비전 없음이 주된 이유라는 게 관가의 분석이다. 일찌감치 민간의 길을 찾아서 새로운 성공 가도를 달리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관가에 따르면 행시 35회인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의 A 과장은 최근 사의를 표하고 보직 없이 본부 대기에 들어갔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건강상의 이유와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결심했고 조만간 공식 수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의 분석은 다르다. 만연한 인사적체 등으로 공무원 생활을 지속해봐야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공정위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옷을 벗어도 2년간 로펌 등으로 취직할 수 없도록 막혀 있는데다 이렇다 할 산하기관도 없어 국장급은 물론 과장급까지 인사가 꽉 막혀 있다.


더구나 공정위의 피감기관인 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인선과 관련해 정호열·김동수 전 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간부 7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공정위 직원들 사이에서 "일할 맛이 안 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업무는 과중하고 각종 규제는 늘어나는데 그에 따른 보상은 도리어 줄어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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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급 간부들의 이직은 비단 공정위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에 앞서 금융위의 B 과장은 삼성 금융계열사로 이직한 바 있다. 경제부처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35회 과장급 중 1~2명이 조만간 이직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기재부 내에서 35회는 특히 인원 수가 많아 향후 부이사관 승진 및 국장 인사에서 누군가는 불가피하게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그럴듯한 배경 설명도 따라 붙었다.

특히 기재부의 경우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이후 부이사관 승진을 1명도 시키지 못했고 3월로 예정돼 있던 올해 인사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 나오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기재부의 몫이었을 주요 국책 은행의 수장 자리가 잇달아 민간 출신에게 돌아가는 것도 인사적체를 심화시켜 이직 루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국장까지만 버티면 어떻게든 '한 자리'할 수 있다는 희망도 옛날 얘기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 이주 이후 근무환경이 열악해진데다 공무원 '낙하산'이 사실상 원천 차단되고 있어 점차 공무원의 자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에서의 새로운 성공을 위해 공무원 옷을 벗었지만 그 길이 화려함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민간 기업들은 철저하게 '이익'을 보려 하고 로펌이 아닌 대기업의 경우 특히 그렇다. 대기업들은 단순히 전략 등 핵심 업무뿐만 아니라 관료나 정치권 등과의 인맥을 형성해 일종의 '로비스트(대관 업무)'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는 한다. 후배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을 찾아오는 'OB 관료'들을 반갑게 맞이하다가도 수차례 찾아오면 거절하거나 인상을 찡그리고는 한다. 전관예우에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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