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전력민영화 현장을 가다](하) 아르헨티나

 - 전력시장 감독기구 정부서 완전독립 -『전기를 쓰고 있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이 싸지고 서비스의 질도 좋아지면 되지 더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 부에노스 아이레스 중심가인 오벨리스크가(街)에서 15년째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훌리오씨는 아르헨티나 전력민영화의 수혜를 많이 입은 사람이다. 90년대 초반까지 그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툭 하면 애간장을 태우게 하는 정전사고였다. 예고된 정전도 아니었다. 복구되는데만도 며칠씩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영업이 잘 될리 만무였다. 『전력민영화후 서비스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이 가장 반갑더라고요.』 그는 전기가격이 저렴해졌다는 사실보다 혹 고장이 났더라도 즉시 복구될 수 있을 만큼 서비스의 질이 한층 좋아진 것이 더 반갑다고 자랑했다. 전력민영화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시기는 칠레보다 늦었으나 완벽에 가까운 틀을 갖추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칠레와 영국 모델의 합작품 에너지성 엔리케 곤잘레스(ENRIQUE GONGALEZ)국장은 『아르헨티나는 이웃나라인 칠레보다 한 발 늦게 전력민영화에 착수했지만 시스템은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칠레와 영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장점만을 골라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아르헨티나 전력민영화의 발자취는 지난 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무렵 집권한 메넴(MENEM)대통령은 살인적인 인플레를 잡을 목적으로 대대적인 민영화작업에 착수했다. 한해동안 4,000%가 넘게 뛰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돈이 될 만한 것은 무조건 팔아라」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태환(兌換)정책도 시작됐다. 현재 아르헨티나에 남아있는 국영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예전에 국가가 경영하던 회사들의 대부부은 현재 민간 부문에서 운영되고 있다. 발전소를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도 같은 선상에 있었다. 그렇다고 민영화무리속에 뒤섞여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맨 앞에 서서 민영화를 주도했다. 『메넴플랜의 일환으로 추진된 전력민영화는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95년 5월 메넴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이를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송전회사인 트랜셀렉(TRANSELEC) 후안 카를로스(JUAN CARLOS)이사의 설명이다. ◆전력시장의 구조 아르헨티나에서 전력부문의 개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민영화에 관한 법률조항 24035항(아르헨티나 전기법)이 공포된 지난 92년1월부터다. 이 법은 전력산업을 발전, 송전, 배전등 3개 분야로 쪼개는 근거를 제시했다. 법에 따르면 발전회사들은 전력도매시장에 독자적으로 참여해 다른 회사들과 의 경쟁에 따라서만 전력을 팔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들과 같은 주요 고객들과의 개별 계약에 따라 판매해야 한다. 송전회사들은 자가 시설 또는 임대 선로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송전회사들은 법적으로 발전을 하거나 배전을 할 수 없다. 소비자에 전기를 최종 공급해 주는 배전회사는 지역적인 독점형태를 띠고 있다. 전기의 특성을 고려해 정부가 지역적인 독점을 인정해 준 것. 대신 정부는 배전회사의 전기요금과 서비스 질을 감독한다. 배전회사들은 소비자들과 발전회사들이 요구하는 질을 만족시켜야만 영업을 할 수 있다. ◆민영화의 핵심 「까메사(CAMMESA)」 아르헨티나는 발전부문의 민영화로 50개사 이상을 매각했고, 정부에 의해 규제받던 전기요금은 발전사업자와 배전사업자, 고객등 3자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정전 등의 사태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회사들에겐 가차없이 벌금이 부과된다. 아르헨티나의 전력민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간의 자율과 규제가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전력산업의 핵심에는 에너지성의 감독을 받고 있는 엔레(ENRE)와 산업부문 각계의 대표와 주요고객, 정부 대표로 구성된 까메사(CAMMESA)가 있다. 특히 까메사는 아르헨티나만의 독특한 감독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까메사는 전력 시장관리자(MARKET OPERATOR)와 전력수급조절을 비롯한 계통운영자(SYSTEM OPERATOR)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정부로 부터 독립되어 있다. 정치적 개입의 여지가 있는 칠레와는 완전히 다른 규제기관이다. 돈젤리(DONZELLI)까메사 이사는 『규제기관이 정치적 간섭에서 떨어져 있어야 하며 투명성을 인정받아야만 전력민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까메사는 아르헨티나 전력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작성하고 계절별 전기요금을 산출한다. 또 발전량의 조절 뿐아니라 현물시장의 에너지가격도 조절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전력민영화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에게 규제의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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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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