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기업.금융 구조조정 표류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별다른 성과없이 구호성차원에서만 머무른 채 허송세월하고 있다. 제일·서울은행, 대한생명 등 금융권의 3대 구조조정과제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방향감각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에서 부실만을 키워가고 있으며, 삼성차처리와 대우그룹처리는 안갯속을 헤매면서 여전히 원점만을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이처럼 금융과 재벌부문의 구조저정이 당사자인 정부·기업·금융기관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대립 속에서 해결방안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의 뇌관이라는 투신권문제마저 점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어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9일 정부당국 및 금융·재계에 따르면 서울·제일은행과 대한생명 등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3대 핵심과제가 수개월째 종착점을 찾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3대 금융기관은 「세금 먹는 3마리 하마」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울·제일은행은 정부가 당초 이들 은행의 부실을 정확히 산정하지 못한 채 매각에만 매달려 조기정상화의 기회를 놓쳐버렸고 투입되는 공적자금의 규모만 무제한으로 확대시켰다. 대한생명은 구조조정 정책의 또다른 실패작으로 꼽힌다. 정부는 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의 반격을 예상하고도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은, 한마디로 「순서가 뒤바뀐」 상황에서 매각을 추진하다 崔회장에게 법정공방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 결과 대한생명의 정상화는 장기전이 불가피하게 됐고 매각도 언제 이루어질지 모를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금융산업의 뇌관이라는 투자신탁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내년 초 시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 상황대로라면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자칫 국가를 환란 이상의 혼란으로 몰고갈 개연성마저 내포하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벌정책은 한술 더 뜬다. 1년 전부터 골칫거리로 등장했던 삼성자동차와 대우그룹의 처리는 아직도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삼성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정부는 특혜논란 속에서 삼성생명의 상장만 사실상 허용하는 셈이 됐고 삼성측은 채권단의 제재압력에 끄떡도 하지 않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대우그룹도 그룹의 명운이 달린 문제임에도 이해당사자간 의미없는 구조조정의 주도권 싸움에 힘을 소진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자체적으로 계열사 매각 등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재무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규자금 지원에 따른 채권단의 부담만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 초 은행에 대한 또한번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64대그룹의 구조조정 방법으로 동원하고 있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도 시행 1년이 넘도록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당기업의 자구노력 회피, 채권단의 소극적 지원 등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해외의 시선은 급속히 싸늘해지고 있다. 외신은 잇달아 국내 구조조정 작업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으며, 특히 일부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신뢰감을 버리기 시작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작업이 국력만 소진한 채 현재와 같은 양상을 지속한다면 연말 총선국면에 접어들면서는 사실상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주체들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줄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일각에선 구조조정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상층부 당국자들의 물갈이를 통해서라도 현재의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한다는 목소리마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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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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