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4분기 연속 0%대 성장] 인기 단지엔 청약금 수백억 몰린다지만… 여전히 기대반 우려반

■ 부동산

금리인하·규제완화 훈풍타고 부동자금 대이동

강남권·부산·세종 등 일부만 반짝… 낙관 일러

'대세상승' 위해선 전세난 안정·경기회복 절실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저금리,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시장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3일 2,884가구 모집에 총 1만4,067명이 청약해 1순위 마감에 성공한 ''세종 메이저시티'' 견본주택이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대우건설


지난 23일 청약을 받은 '세종시 메이저시티' 아파트에는 1만명이 넘는 1순위 청약자들이 몰렸다. 2,884가구에 총 1만4,067명이 몰리면서 지금까지 세종시에서 공급된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청약자 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부동산시장만은 예외다. 그동안 집값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관망세를 보이던 자금이 빠른 속도로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가장 큰 힘은 청약제도 개선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담은 9·1정부 규제완화와 곧바로 이어진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조치다. 하지만 여전히 온기는 서울 강남권과 부산·대구·세종·천안 등 일부 인기 지역에 국한되고 있어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자금의 이탈도 유입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적으로 확인은 어렵지만 시중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쏠리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펀더멘털(경제기초)이 나빠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부동자금은 부동산으로 이동 중=정부의 시장활성화 대책 이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은 아파트 분양시장이다. 위례신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대규모 공공택지와 강남 재건축아파트 분양에서 잇따라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청약과열 우려마저 나타나면서 분양시장으로의 시중자금 유입 속도는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이달 초 분양한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파크 2차(213가구)'는 계약 4일 만에 모든 가구의 계약이 완료됐다. 가구당 계약금이 1억5,000만원에서 최고 2억3,900만원임을 감안하면 213가구의 계약금만 340억원이 넘는다.

한동안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됐던 수익형 부동산시장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돈이 몰리고 있다. 20일 청약을 받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도시형생활주택 '한남 아이파크'에는 270가구에 6,130명이 몰려 청약 신청금만 122억원이 유입됐다. 또 지난달 말 청약을 마친 위례신도시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청약 결과 45필지 모집에 1만7,500여명이 신청해 청약금으로만 5,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마저 낮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이 거세다"며 "인기 지역의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물론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세상승 vs 반짝회복 여전히 맞서=최근의 부동산시장 회복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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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신규 분양시장의 활기는 주택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1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9월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0% 이상 급증했다. 강남권이 거래량 증가를 주도했지만 비강남권과 경기 지역 거래량 증가세 역시 만만치 않아 전월세 수요 중 상당수가 매매수요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달 들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가격 상승 부담으로 거래가 다시 위축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장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특히 분양시장의 경우 완화된 전매제한 규제로 단기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수요가 상당수 몰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서울 장지동 A공인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분양시장의 경우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일부 단지에 청약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청약 경쟁률이 치솟은 것도 실수요 못지않게 투자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세난·경기 위축…여전히 곳곳 지뢰밭=부동산시장의 기초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몰린 자금은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연구위원은 "상가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데 자영업 자체가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어 위험할 수 있다"며 "이렇듯 경제여건이 좋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만의 호황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와 전세난, 그리고 경제회복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파른 전셋값 상승은 매매수요 전환 못지않게 과도한 주거비 부담으로 소비심리 등 거시경기 지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불안요소로 꼽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분양이나 오피스텔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이라며 "결국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세난 안정과 경기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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