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름에도 법칙과 트렌드가 있다?' 전국 곳곳에 자리한 수백개의 골프장 중에는 비슷비슷한 이름이 많은가 하면 톡톡 튀는 개성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름도 있다. 골프장이 1만개가 넘는 미국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을 터. 철자 마지막만 다를 만큼 닮은 이름이 넘쳐나기도 하고 기발한 이름도 갖가지다. 하지만 튄다고 무조건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생뚱맞아 이질감을 주거나 괜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름도 있다. ◇자연 친화는 기본=골프장에 흔히 쓰이는 컨트리클럽이라는 명칭은 지난 1893년 문을 연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의 '더 컨트리클럽'이 원조다. 도시와 동떨어진 자연 그대로의 지역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내 약 1만3,000개의 골프장 중 30%가 아직도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을 쓴다. 그러나 이 중 25%는 퍼블릭 골프장이라 엄밀히 따지면 '클럽'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자연 친화 이미지를 위한 인기 키워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149개 골프장 이름에 이글(독수리)이 들어간다. 오리건에는 이글 포인트(Point), 인디애나에는 이글 포앵트(Pointe) 골프장이 있을 정도다. 디어(사슴)가 포함된 골프장 역시 149개에 이르고 버펄로는 131개 골프장 이름에 쓰였다. 레이크 사이드, 레이크 쇼, 레이크 뷰 등 레이크(호수)도 단골 메뉴인데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20일 현재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260개 회원사 골프장 중 10개에 레이크가 들어가 있다. 힐(언덕)이 25개로 가장 많고 밸리(계곡)가 15개, 스카이(하늘)가 6개, 오션(바다)이 4개다. ◇'개성 만점, 흥미 유발' 이런 이름들도=자연 친화적 작명은 안전한 선택이지만 관심 유발에는 한계가 있다. 너무 많이 쓰여 더 쓰기도 힘들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독특한 이름 짓기가 유행하고 있다. 남성적 이미지를 극대화한 호스 시프(말도둑), 레니게이드(배신자), 더 밴디트(무법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더 너트크래커(호두까기), 더 포트리스(요새) 등 '더(The)'를 붙여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 이 밖에 동화책에서 영감을 받은 캔디우드, 멜로디 밸리, 슈거 아일 등 상큼한 이름이 있는가 하면 애리조나에는 악마의 발톱이라는 기괴한 이름의 골프장도 있다. 한국의 경우는 아직 파격적인 이름을 찾기 어렵지만 솔모로(소나무가 많은 마을), 힐드로사이(신의 언덕), 360도(사방으로 열린 드넓게 펼쳐진 공간), 나인브릿지(8개의 다리와 고객의 마음 속 다리), 세인트 포(성스러운 하늘ㆍ바다ㆍ숲ㆍ사람) 등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는 이름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