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장생을 소재로 한 12폭 병풍인 '해학반도도병' |
|
| '나전흑칠 모란당초문 상자' |
|
해와 달, 구름, 물, 산, 학 등 장수를 상징하는 10가지 자연물을 그리는 십장생도(十長生圖)는 왕실 병풍의 소재로 즐겨 사용됐으며, 이 가운데 바다를 배경으로 복숭아나무와 학을 부각시켜 그린 것은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라 불린다.
왕실용 병풍으로 제작돼 국내에도 몇 점 전해지지 않는 이 '해학반도도병' 가운데 수작은 하와이 소재 호놀룰루아카데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세로 227.7㎝에 가로 각각 약 55㎝의 12폭짜리 병풍인데 순금의 박으로 배경을 처리한 화려한 장식이 왕실의 위용을 짐작하게 해준다. 넘실대는 파도 위의 붉은 해, 오색 구름과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복숭아나무를 배경으로 9마리의 학이 노닐고 있다.
이같은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한 1,000여 점의 한국문화재가 호놀룰루아카데미미술관에 있다. 한국문화재연구소는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그 연구결과를 최근 보고서로 발간했다.
2001년 한국실이 별도로 설치된 이 곳이 소장한 한국문화재는 토기와 도자기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특히 도자기는 청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자는 비색청자, 상감청자, 철화청자 등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나전흑칠모란당초문상자'나 '흑칠채화모란문각게수리', '나전십장생문흑칠탁자', '주칠책장', '화각상자' 등의 목가구는 조선 후기 궁중이나 상류층에서 사용한 것으로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유물로 평가된다. 16세기 조선중기 불화인 '영산회상도'는 붉은색이 감도는 비단바탕에 금니로 그린 왕실발원 불화로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작품이다.
호놀룰루아카데미미술관은 선교사의 딸이며 미술품 수집가인 앤 라이스 쿡(1853~1934)이 아시아 유물 전시를 위해 개관해 전세계 6만여 점의 유물을 확보한 하와이 최고의 예술박물관으로 꼽힌다. 폴 고갱의 '타이티 해변의 두 여인'도 이곳 소장품이다. 이번 보고서는 한글과 영문으로 제작돼 하와이 현지에서도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