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친인척은 물론 30년 전 최측근이었던 이들까지 동원해 계열사를 집중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핵심인물들은 자신들과 관련 없다던 주장과는 달리 주요 계열사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1991년 유 전 회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 내용을 비교한 결과 유병언 일가의 핵심 계열사인 문진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이순자씨(지분율 25%)는 1986년 유 전 회장에게 수천만원의 자금을 빌려준 인물과 동명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검찰은 기소장에서 이씨가 자신의 집에서 유 전 회장의 자금책 강모씨에게 1,100만여원을 주는 등 다른 11명과 함께 총 4억7,600만원을 빌려줬다고 적시했다. 2대 주주인 이은우씨(20%)는 현직 기독교복음침례회 사무국 총무로 지난 24일 "구원파와 청해진해운은 관련이 없다"는 기자회견을 자청한 바 있다.
계열사 주주와 임원 중 일부는 스스로 자신이 구원파이며 유 전 회장의 절친한 친구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8~2009년 또 다른 핵심계열사인 '아해' 지분 45.02%를 25명의 소액주주와 함께 취득한 이철재씨는 "나는 구원파 신도이며 유병언과 30년 친구"라고 고백했고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공동대표로 전해진 윤두화씨도 한 학자에게 스스로를 "구원파 신도로 30년간 활동했다"고 털어놓은 공개질의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외에 청해진해운의 초기 주주였던 박충서·김성일씨는 전·현직 기독교복음침례교회 총회장을 지냈고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거론되는 다판다 대표 김필배씨 역시 20년 이상 구원파에서 활동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구원파가 유씨 일가가 장악하고 있는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대리 경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 세모그룹의 임직원들도 계열사에 다수 포진해 있다. 유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다단계판매 계열사 '다판다'의 주주인 송국빈씨는 과거 세모의 전신인 삼우트레이딩에서 직원으로 일했고 1981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개최한 오찬에 참석하기도 했다. 2002~2007년 자동차 부품 관련 계열사 온지구의 대표를 지낸 이복훈씨 역시 세모 부사장을 지내며 1991년 유 전 회장이 사채 사기로 구속되자 기자회견을 자처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유 전 회장과 30년 이상 같이 지낸 최측근들의 역할은 주로 유씨 일가와 핵심계열사에 대한 자금 공급과 관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세모 왕국의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문진미디어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당시 대표였던 이신자씨를 통해 10억원 이상을 빌려갔고 다판다 역시 2004년 송국빈씨를 창구로 15억원을 차입한 후 이듬해 이를 소멸시켰다. 이들이 구원파 신도로부터 차입금 형태로 자금을 끌어들인 후 이를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이단 종교단체를 연구하는 한 관계자는 "구원파는 '교회가 곧 기업'이며 따라서 종교보다는 사업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그중에서도 핵심 멤버들은 기업의 대표 등을 맡아 자금줄 또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