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연구개발(R&D)은 실패하는 법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 산업기술 R&D 사업 성공률은 지난 2011년 9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술이전 실적도 우수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지난 10일 발표한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 현황 조사'에 따르면 공공연구소와 대학의 기술이전 건수는 지난해 6,676건으로 2011년(5,193건) 대비 28.6% 늘었다. 기술이전 수입액 역시 1,651억원으로 2011년(1,258억원) 대비 31.2% 늘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올해 한국금융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공한 R&D 결과물 중 사업화로 이어진 비율은 약 20%로 영국(70.7%)ㆍ미국(69.3%)ㆍ일본(54.1%) 등 선진국 대비 극히 저조하다. R&D 성과 확산은 잘하고 있지만 막상 시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결과물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창조경제 시대로 접어들면서 R&D 성과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실제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기술사업화'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KIAT는 이미 2009년부터 기술이전촉진법에 따라 기술사업화를 총괄 전담한다. 사업화가 유망한 기술에 대해 추가 기술개발, 제품 성능 인증,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며 국가기술사업화종합정보망(NTB)을 구축해 공공특허 데이터베이스, 기술가치평가, 기술이전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범부처를 아우르는 기술사업화협의체 구상에 착수했다. 그동안 국가 R&D가 직접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결과물에 대한 성패 판정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 결과들을 잘 꿰어서 시장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소중한 R&D 성과물들이 '사업화를 통한 매출 및 고용 창출'이라는 큰 목표 아래 모인다면 효과적인 R&D 데이터 관리가 가능해져 사업 중복 논란도 피하고 성과 관리도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종 분야 간 협업형ㆍ융합형 R&D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현재 에너지ㆍ보건ㆍ국방ㆍ환경 등 산업별 R&D 전담기관들과 활발히 논의 중이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화 성공률이 단번에 껑충 뛰어오르리란 보장은 없다. 사업화 성공의 열쇠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시도가 필요하다. 기술사업화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혁신적 기술을 개발했어도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곧 연구실 구석에 처박힌 채 실패한 것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정부기관과 민간시장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세계 최고의 R&D 성공률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사업화 성공률 역시 최고로 만들어 대한민국이 윤택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