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거와 경제적 행운/폴 A 새뮤얼슨 미 MIT대 교수(송현칼럼)

미국경제는 매우 운이 좋았다. 고용 및 실질성장률에 있어 유럽과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의 행운은 재선에 도전하는 클린턴 대통령의 대운으로 연결된다.일방의 행운은 타방에게 치명타가 된다. 보브 돌 공화당후보는 1932년의 허버트 후버, 1964년의 배리 골드워터 등 패배한 정치인의 역사책에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전은 오히려 대선보다는 공화당의 상하원장악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일본총선에서는 자민당이 승리했다. 과반수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정국주도권을 행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경제와 선거의 관계는 일본총선에서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경제의 회복세는 연립여당인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 승리한 자민당은 미국의 선거전 상황에서 교훈을 얻어 재정지출확대 및 재할인율인하 등을 단행, 경기회복을 가속화시키려 할 것인가. 아니면 수년간의 임기가 보장된 만큼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할 것인가. 한국도 최근 불확실한 상황을 맞고 있다. 주가변동이 극심하고 수입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수출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남북한의 긴장고조는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반면 오는 97, 98년의 유럽경제는 다소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나는 유럽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장기적으로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단일통화인 유로 및 유럽중앙은행이 곧 등장할 것이 틀림없다. 이같은 통화통합은 독일 프랑스 베넬룩스3국 덴마크 및 스웨덴 등에서 먼저 실행될 것이다. 최근에는 스페인의 통화 통합 조기 참가가 거론되고 있다. 만일 스페인이 합류한다면 규정을 완화할 경우 이탈리아가 참가치 못할 법도 없다. 영국은 이로 인해 난처하게 됐다.(한국이 일본 대만 싱가포르와의 경제통합을 원치 않는다면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영국의 여·야당은 유럽연합(EU)에 주권의 상당부분을 이양하는데 반감을 갖고있다. 환율이 불안한 영국으로서는 통화통합에 불참하더라도 EU내에서의 자유무역혜택을 유지할 경우에만 번영할 수 있다. 그러나 마스트리히트조약에 서명한 회원국들이 고자세로 돌변, 영국에 『들어오기 싫으면 가입치 말라. 일정범위만 번동할 수 있는 환율제도에 참가하든지 아니면 유럽대륙과의 자유로운 사람 및 상품의 이동 혜택을 받지말라』고 선언했다고 가정하자. 영국이 대륙을 지배한 것은 오랜 옛날이다. 통일독일의 면적은 한때 영국이 지배했던 대륙의 면적보다 더 넓다. 오늘날은 청혼을 받는 것보다 청혼하는 것이 더 쉽다. 일단 통화통합에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이탈리아가 허용된 환율변동폭을 벗어나는데는 얼마나 걸릴까. 첫번째 선거때까지일까, 세번째 선거때까지일까. 나는 현실주의자이다. 비꼬기 위해 이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불확실성을 강조키 위해 미래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벌어질 중요한 사실은 마스트리히트조약이 곧 실행되며 금리하락 및 두자릿수 실업률의 하락이 실현되는 유럽의 밀월기가 뒤따라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때쯤에는 미국의 호황은 지나간 얘기가 될 것이다. 내년초 클린턴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될 무렵은 경기가 정점을 지난 시점이 될 것이다. 득표확보를 위한 각종 선심성 공약을 이행하려면 세수목표보다 더 많은 비용(지출)이 들게 될 것은 당연하다. 행운의 여신은 미국에서 동쪽으로 대서양을 건너가고 서쪽으로 한국 등 아시아 태평양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인기지향적 정치가 팽배할 경우 경제학은 움직이는 동물과 같다. 사회과학의 부정확한 영역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현실주의는 경제학을 우울한 과학으로 만들지 않는다. 거시경제가 호황에서 경기후퇴로 바뀔때 예민한 경계의 고삐를 쥐고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그런 풍향에 맞대응하게 된다. 마스트리히트조약과 총선에서 승리한 일본의 자민당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한국의 정당에 대한 궁극적인 시험대는 1979년부터 1996년까지 이루어진 FRB의 성공적인 안정화정책에서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느냐는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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