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시 기댈 곳이 없다

22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코스피지수가 폭락하자 서울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의 딜러들이 급박한 표정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 이호재기자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기둔화와 은행 신용등급 강등이 겹치면서 증시 하락폭이 깊어지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실망스럽게 나온 데다가 미국ㆍ이탈리아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되면서 주가전망도 급속도로 나빠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글로벌 위기가 빠른 시일 안에 해결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당분간 수익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73포인트(2.90%) 하락한 1,800.55에 장을 끝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2% 이상 급락한 상태로 출발해 장중 한때는 1,785.69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이날 지수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우정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ㆍ지자체였다. 이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045억원, 4,96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고 프로그램매매에서도 각각 978억원, 4,850억원 어치씩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선물시장에서도 코스피200지수선물을 5,769계약이나 팔아치워 선물지수 하락를 주도했다. 여기에다 연기금을 제외한 기관투자자들도 주식을 내던지면서 지수하락을 부채질했다. 개인투자자가 지난달 10일(1조5,559억원) 이후 최대 수준인 7,619억원 어치를 순매수하고 연기금도 1,989억원 규모로 저가매수에 나섰으나 지수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코스피가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미국 FOMC 결과에 대한 실망과 선진국 은행에 대한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OMC는 장기채권을 사고 단기채권을 파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카드만 제시하면서 시장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고,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는 전날 각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시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은행 3곳과 메디오방카, 인테사 상파올로 등 이탈리아 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증시 악재가 숨 고를 사이도 없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정책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경제 위기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 이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은행들의 자본확충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현재로서는 선진국 정부의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 확산되는 한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러한 위험을 염두에 두고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경기 불확실성으로 증시변동성이 커지고 주가흐름이 부진하더라도 섣불리 투매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장세에서는 시장 상황의 변화를 좀더 지켜본 뒤 대응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일 재료에 시장흐름이 급변하는 기간에는 가급적 시장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원화가치만 유독 크게 하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영향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기업실적 대비 주가가 지난 5년 동안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고 무조건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글로벌 경기 우려가 완화되면 저평가 돼 있는 대형 우량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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