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시 성희롱 등 성폭력의 문제가 심각하나 이에 대한 법 제도적인 구제책이 너무도 미흡하다. 특히 성희롱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골프 경기보조원(캐디)에 대한 실효성 있는 법상 구제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통상적으로 성폭력이라 함은 성희롱·성추행과 성폭행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다만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법률에서의 성폭력범죄는 형사처벌이 되는 강제추행 등과 같은 성범죄에 한정된다.
성희롱은 양성평등법에서 업무·고용 등의 관계에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인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뿐만 아니라 음란한 농담이나 언사,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등을 포함하는 보다 광의의 개념이다. 성추행의 사전적 의미는 성욕의 자극·흥분을 목적으로 일반인의 성적 수치·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그중에서 폭행과 협박이 동반되면 형사적인 처벌 대상이 되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 '폭행과 협박'의 의미는 매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강제추행의 경우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성희롱은 민사상의 손해배상이나 사용자에 대한 과태료 수준의 책임에 그친다는 점이다. 특히 성희롱의 적용범위가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수직역의 업무종사자, 예를 들면 골프 경기보조원의 경우 적용에 다소 애매한 면이 있다. 현행 대법원은 골프 경기보조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아니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라고 본다.
그렇다면 고용관계 등에 적용되는 성희롱이 골프 경기보조원에게 적용될까.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불확실성은 조속하게 해소돼야 한다. 성희롱 등의 위험에 취약한 구조의 골프 경기보조원에 대한 권리구제 여부가 불명확해서는 안 된다. 주로 여성인 골프 경기보조원은 4인 1팀의 경기를 보조하는데 쾌적한 업무환경의 보장 문제는 기본적인 인권차원에서 심각해 보인다. 강제추행에 이르지는 않는 음란한 농담 등의 성희롱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책 마련이 절실하다. 현행법상으로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단지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 대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골프장 성희롱의 경우 현장 목격자가 가해자 일행만으로 구성돼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입증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금액이 너무 적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성 문제 예방과 구제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법 제도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 리걸센터대표·KAIST 겸직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