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위 임영록 직무정지] 임영록 회장에 사실상 퇴장 선고… KB 이사회 결정이 분수령 될듯

"현체제로는 정상화 어렵다" 예상밖 고강도 중징계

신제윤, 조만간 KB 이사회와 회동해 "역할 당부"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 임시회의에서 신제윤(가운데)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회의를 열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를 이례적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수위가 더 올라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권고했던 '문책경고'보다 오히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임 회장에게 사실상 '퇴장 선고'를 한 것이다.


금융위가 현직 금융지주 회장에게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결정을 상향 조정하면서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회장으로서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사실상 '부적절한 최고경영자(CEO)'라는 낙인이 찍힌 셈이다. 여기에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까지 겹치면서 임 회장은 외통수에 몰리고 말았다.

하지만 임 회장이 현직을 유지하며 소송전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KB는 장기간 금융 당국과 대립하며 경영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임 회장은 이날 "현직을 유지하며 진실규명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금융 당국과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했다.

차기 국민은행장 선출은 물론 LIG손해보험 인수전 등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고강도 중징계…'자진사퇴' 최후통첩=금융위가 이날 임 회장에 대한 최 금감원장의 중징계 건의를 상향 조정하면서 직무정지 판정을 내린 것은 임 회장 체제로는 KB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리적 판단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의 여지가 많이 남았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을 한 셈이다.

실제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의 내분 사태 등과 관련해 법리적으로 임 회장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논쟁의 소지가 남아 있다. 결국 KB의 CEO로서 거대 금융회사 내부를 어지럽게 한 '괘씸죄' 성격의 징벌을 금융위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위는 당초 임 회장의 중징계 여부와 관련해 금감원과 입장차이를 보여왔지만 KB에 대해 악화한 여론을 감안해 결국 임 회장 중징계 안을 통과시켰다. 임 회장은 이에 따라 현직 금융지주 회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중징계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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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중징계를 받은 선례가 있지만 미리 사퇴한 뒤 퇴임 후 징계를 받았다.

◇임 회장 "퇴진 없다"…당국과 전면전 선언=임 회장은 그러나 금융위 중징계 결정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법적 책임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진실규명을 끝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결정이 금감원장과 금융위를 통해 번복된 것도 임 회장이 강경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임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장의 결정으로 KB금융이 다시 한 번 뒤흔들렸다"며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안에 대해 감독업무 태만 등으로 중징계 처분을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조원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조직을 안정시키겠다"며 중징계가 확정돼도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결국 금융 당국과 소송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소송전으로 갈 경우 어느 한 쪽의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갈등 상황이 첨예한 만큼 소송전이 장기화하고 금융 당국과 KB 간의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은 다분하다.

물론 노조까지 거세게 퇴진 요구를 하고 당국으로부터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본인 스스로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식물 CEO'가 될 수 있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부당하다고 밝힌 금감원장의 결정보다 오히려 높은 수위의 직무정지 판정을 받음에 따라 운신의 폭도 훨씬 작아졌다.

◇KB 이사회 행동 나설 듯=임 회장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이제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조만간 신 위원장이 이사회와 회동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자리에서 조기에 임 회장의 거취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해임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임 회장은 자연인 신분으로 당국과 소송전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금감원은 이와 별개로 KB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전면 점검을 준비하고 있고 금융위도 KB의 LIG손보 인수를 최종적으로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KB로서는 수장의 공백과 의사결정의 혼선 등 당분간 첩첩산중의 길을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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