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디자인 시대다. 디자인이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산업디자인이 과학기술과 함께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특히 정부가 경쟁력 10% 높이기를 제창하고 민간기업까지 나서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때와 맞물려 디자인 산업의 육성 발전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통상산업부의 정책은 산업디자인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여지껏 쌓아온 바탕을 흔들어 놓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통상부가 고치려고 하는 산업디자인포장진흥법 개정안은 정부의 세계화와 경쟁력 제고 정책과는 엇나가고 있다.
이 개정안의 내용은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의 명칭을 디자인원으로 바꾸고 기구를 사무국 진흥원 대학원 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다. 잘 나가던 기존의 개발원을 해체, 확대 재조립하겠다는 뜻과 같다.
이 개정안은 그동안 수없이 변신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12월부터 5차례나 손질되고 입법예고를 해오면서 정부 부처와 학계의 반발을 사왔다. 96년 7월에 확정된 세계화 추진위원회안도 뒤집은 것이다.
이같이 불과 10개월 남짓에 5번이나 오락가락한 배경이 아리송하지만 광범위한 현실의견을 도외시한채 탁상공론으로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이 일관되게 기구를 늘리는 쪽으로 손질되어 왔다. 조직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인력과 예산의 낭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정부의 기본정책과제는 「작은 정부」로 능률의 극대화와 생산성 제고에 있다. 경쟁력 10%높이기 운동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며 민간기업으로 확산, 인력감축과 임금동결등의 감량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디자인포장개발원의 기구와 인력을 감축하면서 업무를 활성화시켜야 옳음에도 통산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바로 정부경쟁력 제고정책과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작은 정부의 범주에는 공공기관도 포함된다.
기구를 늘리고 자리를 더 만들어서 경쟁력이 높아지고 산업디자인 분야가 활성화되고 진흥되느냐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오히려 안정을 해치고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확대는 자칫 일체감을 해치고 운영이 방만해질 수 있다. 특히 자금·정보의 공용, 산학연계교육에 틈이 벌어져 기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관계부처와 학계의 의견을 무시할 일이 아니다.
통산부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문은 수출증진책, 산업정책 그리고 중소기업진흥 정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