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황장엽 비서 망명에 따른 파문으로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가중되고 자조적 회의가 팽배하다. 한보사태는 우리 정치 및 경제시스템의 내생변수이고 북한변수는 외생변수로서 성격이 사뭇 다르다. 따라서 두 사건에 대한 대응도 다를 수 밖에 없다.외생변수는 돌출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정책당국이 위기관리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므로 정보의 속도, 양, 투명성 등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생변수에 대한 문제 해결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정치경제시스템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선택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 내재적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알 권리가 있고, 그래야만 시스템의 치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의 속도보다도 투명성이 더 중요한 것이다. 어느나라 어느 시스템도 시스템 내부의 문제발생 여지는 있는 것이며 이의 해결이 축적되어 점차 잘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해 가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한보사태 해결과정에서 드러난 의혹 투성이를 놓고서도 국민은 그 진위에 대한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세상만사 그렇고 그런게지 하는 가치관의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스템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신뢰성에 너무 큰 상처를 주어 우리 사회가 신용사회로 진일보하기 보다는 퇴행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모든 문제의 해결에 있어 위기관리적 차원에서 「무마」하는데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돌출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중요하나 우리의 내부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위기관리능력보다 차분한 이성적 해결능력이 더 중요하다.
중소기업문제의 해결도 그렇다. 우리 경제시스템의 내적 문제이고 이의 개선을 통한 분업시스템의 효율성 제고가 과제이므로 중지를 모은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지만 단기수혈적 대응이나 선거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부는 어느 것이 득이 되는지 다시한번 곰곰 생각하여 문제해결 방식과 태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