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치권 "올 게 왔다" 술렁 속 "安원장 중심 새 판 짜나" 촉각

■ 안철수 "보유주식 절반 1,500억 사회환원"<br>정치권 "올 것이 왔다" 한 목소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연구원장이 지난 10월24일 서울 안국동에 있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을 방문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흥수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기부 소식을 듣자마자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들고 착잡했습니다."(한나라당 당직자) 안 원장이 1,500억원 상당의 자기 주식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저녁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출렁였다. 겉으로는 "좋은 일을 한 것인데 폄하할 필요가 있느냐"며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우려하는 속내가 역력했다. 정치권에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안 원장이 대선주자로서 확실하게 인식되면서 그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새 판 짜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현재 여야 정당이 모두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탓에 새 터전에서 차기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당 바깥에서 신당을 준비하던 세력도 안 원장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지난 9일 자신이 주도하는 신당(新黨) 창당에 대해 "올해 말까지는 창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동의만 한다면 (김문수 경기지사나 안 원장과도 함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증의 시작을 예고하는 시선도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날 안 원장에 대해 "자꾸 안개만 피우니까 이 나라 정치가 '안개정치'가 되고 정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안 원장이) 정치를 한다, 안 한다, 대통령에 나간다, 안 나간다, 태도가 확실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정국만 시끄럽다"고 꼬집었다. 당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그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안 원장의 기부 소식에 대해 한나라당은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무슨 입장을 내겠는가. 칭찬하면 비굴해 보이고 비판하면 비열해 보일 뿐"이라면서 "정치권이 공멸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의 한 영남권 출신 의원은 "우리도 좋은 기부 한 사람이 많은데 이번처럼 주목 받지 못했다"고 했고 다른 인사는 "기부한다고 지도자로서 정치력이 검증되는 것이 아닌데 정치인들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이제 대선에 나오려면 수천억원씩은 기부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4년간 유력 대권주자 자리를 지키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있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열풍이 부는 것은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정상적인 사회라면 대통령을 뽑을 때 차분하게 후보자를 따지고 미래를 체크하고 국민 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도자를 선택할 텐데 우리는 몇 대째 엉뚱한 사람이 뽑히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안 원장의 기부를 환영하면서도 정치적 의미 부여에는 선을 그었다. 일단 '야권 사람'으로 여겨지는 안 원장에 대해 손 놓고 좋아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에서 "소위 '정치의 계절'에 접어든 터라 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사회 지도층으로서 도덕적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한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란 무릇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안 교수는 이미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안 교수의 선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 측 관계자는 "야권 통합과 이번 기부가 정치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그저 최고경영자(CEO)가 행할 수 있는 소신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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