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빨리빨리' 한국 따라하는 일본
일본기업 파고든 '빨리빨리' 은행 경영금리 경쟁력 뒤처지지만 빠른 업무로 틈새 공략국민·외환·우리은행 등 일본지점 자산 급증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일본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을 찾는 현지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 은행 현지 법인들의 자산도 급증하고 있으며 지점 추가 개설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자산성장 속도가 일본 경제성장률을 능가할 정도인데 일본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경쟁력이 뒤처지는 데도 나타난 현상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과거 재일동포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에서 벗어나 까다로운 일본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의 선진 시장 개척에 중요한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2012년 6월 말 현재 총자산은 950억엔으로 지난 2009년 말(675억엔)에 비해 40.7%가량 늘었다. 기업은행 도쿄지점 역시 같은 기간 동안 647억엔에서 798억엔으로 23.3% 증가했다.
다른 은행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외환은행 도쿄지점의 2011년 말 현재 총자산은 709억엔으로 2009년 말(582억엔)에 비해 21.8% 늘었고 우리은행 도쿄지점은 같은 기간 총자산이 54억엔이 늘었다.
이들 은행과 달리 법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신한SBJ은행도 2010년 3월 말 현재 3,692억엔이던 총자산이 올 3월 말 현재 4,631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은행 일본지점의 자산성장세는 이례적이다.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을 겪고 있어 영업여건이 만만찮은데다 자산성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출 부문에서의 금리경쟁력조차 낮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은행의 일본지점이 현지 기업에 제시하는 대출금리는 2.0~3.5% 수준인데 이는 일본 현지은행에 비해 1%포인트 정도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지지점의 경우 조달능력이 뒤처지기 때문에 절대금리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지법인이 금리경쟁 대신 선택한 전략은 빠른 업무진행을 통한 틈새시장 개척이다. 일본은행은 대출절차가 까다로워서 실제 대출을 일으키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 틈을 노렸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이니치(재일동포)'를 중심으로 영업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자산운용의 70% 정도가 일본기업이 될 정도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됐다"며 "신용상태가 좋지만 빠른 업무프로세스를 원하는 일본기업을 발굴해 대출을 일으킨 점이 자산증가에 큰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최근 오사카에 제2지점을 개설한 것도 이 같은 흐름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도쿄지점이 생각 이상으로 장사를 잘 하고 있는 것에 놀랐는데 한국은행의 빠른 업무처리 과정이 주효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러한 자신감으로 오사카지점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