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보통신협상전략 이대로 좋은가/시장고수 집착 선진국 맹공 자초

◎무관세·서비스개방 등 “반대만 하는 나라” 인식/경쟁력 강화 계기 차원서 협상 탄력대응 절실「한국은 초강경파(?)」 우리나라가 정보통신분야의 각종 국제협상무대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시장고수전략으로 일관, 선진국들이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주공목표가 되고 있다. 특히 각종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으로부터는 사안마다 가장 강력한 반대자로 인식돼 자칫 심각한 무역보복이 가해질 우려도 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입장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정보통신협상은 세가지다. 21세기 세계통신시장의 질서를 정할 WTO(세계무역기구) GBT(기본통신협상그룹)의 서비스시장개방협상, 정보통신제품의 무관세화를 목표로 한 정보기술협정(ITA), 미국이 우리나라를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한데 따른 한미통신협상이 그것이다. 이들은 각기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모두가 동전의 앞뒤처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이중 ITA는 오는 12월9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서 협정체결이 예정돼 있다. GBT협상은 내년 2월이 종결시한이다. 한미협상은 미국이 지난 7월27일 PFC로 지정한 뒤 협상기간(1년) 이내라도 언제든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미국은 클린턴이 「경제대통령」의 업적 때문에 재선됨으로써 대한 통상압력의 고삐를 더욱 세게 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이들 세가지 협상은 모두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의 명운을 쥐고 있을 만큼 중요하다. ITA가 미일 등의 의도대로 타결될 경우 반도체 및 생산장비, PC 등 정보기기, 소프트웨어, 통신기기 등 모든 정보통신제품에 대한 수입관세가 사라진다. GBT는 우리 통신시장을 내주느냐, 지키느냐의 목줄을 쥐고 있으며 PFC 협상결과에 따라 우리나라는 무차별 무역보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과 카드가 「제한적 개방」이라는 일관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오히려 그 결과로 화를 불러올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는 특히 미국과 세가지 협상 모두에서 마찰을 빚는 유일한 나라다. 일본의 경우 GBT에서 한때 소극적인 개방태도를 보여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지만 최근 미국이 요구하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의 대폭적인 개방안을 WTO에 제시, 미국과의 갈등을 상당히 해소했다. 호주의 경우 통신장비·정보기기산업이 황무지여서 이 문제로 미국과 부딪칠 일이 없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서비스시장 개방에서 미국과 이견이 있으나 영국은 통신장비산업이 없어 미국과 갈등이 아예 없다. 프랑스는 통신장비에서 미국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강국이지만 ITA에서는 유럽의 대부분 국가처럼 미국과 한통속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통신장비문제로 미국에 의해 PFC로 지정됐다. PC·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정보통신산업이 있을 것은 다 있는데다 경쟁력에서 미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여 ITA에 매우 소극적인 나라로 미국은 분류(?)하고 있다. 또 GBT의 서비스시장 개방협상에서 우리나라는 보수적인 양허안을 내놓고 있어 미국은 한국을 반개방론자로까지 부르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미국은 우리나라를 가장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해 두고 있는 상황이다. ITA의 경우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각종 정보통신제품에서 우리나라가 경쟁우위에 있는 품목은 반도체칩, CDMA(부호분할다중접속)기술 등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선진국의 요구처럼 2000년에 한꺼번에 무관세화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입장정리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그러나 협상전략을 지금보다는 탄력적으로 세울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GBT 서비스시장 개방의 경우 전화·이동통신 등 우리 통신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이미 세계수준에 올라선 만큼 극단적으로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완전개방하더라도 실제로 우리가 잃을 것은 얻는 것보다 적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ITA에서 「제한적 개방」을 끝까지 고수하려 한다면 GBT에서는 보다 유연한 양허안을 제시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세계적 차원에서 정보통신시장의 새로운 교역질서로 가시화되고 있는 GBT·ITA 등의 패러다임은 우리 혼자 버틴다고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앞으로 협상에 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된다. 더구나 우리가 선진국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마당에 우리에게는 선진국과 같은 「이해관계」를 취하도록 하는 요청이 엄존한다. 정보통신협상에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은 이처럼 환경에 내몰리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이유는 ITA·GBT·PFC가 활용하기에 따라 우리 정보통신산업이 세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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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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