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기준으로 미국 2위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2,000명을 감원한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이번 감원 계획이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은행의 수익창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투자은행(IB), 상업은행(CB),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자산운용 등에서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메릴린치를 합병하는 등 은행의 이익에 크게 기여했던 IB의 경우 300명의 인력감축이 단행될 것이라고 이 은행은 확인했다.
지난해 BoA는 3년내에 3만명을 감원하고, 연간 5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소위 '새로운 BOA 프로젝트'를 발표했었다. 이 계획에 따라 BoA는 지난해에 소매영업부문에서 집중적인 감원을 단행한 바 있으며, 이젠 핵심부문으로 구조조정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이 은행의 인력은 27만8,700명에 달한다.
BoA뿐 아니라 다른 월가 대형은행들에서도 과거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이 활발했던 시절 늘렸던 IB 등 핵심 부문의 감원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금융규제로 역할이 크게 줄어든 트레이딩 부문과 비수익점포 폐쇄 등을 통한 소매영업 부문에서 대규모 인력감축이 진행됐던데 비해 월가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한층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모건스탠리 등의 은행들이 고위직들을 포함한 감원계획을 빠르면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기업인수합병(M&A) 자문, IB 등이 그동안 은행의 이익에 크게 기여했지만, 규제강화 등에 따른 영업환경의 변화로 과거와 같은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감원의 화살이 이 쪽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형은행의 M&A부문 최고 책임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한창 좋았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비용절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원은 다윈의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은퇴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뱅커나 평균 이하의 수익을 올린 직원들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서치 기관인 옵션그룹의 마이클 캡 파트너는 "은행의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적정 사이즈를 찾아가는 작업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며 "주요 은행들이 모두 초과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과거 같으면 거래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어느 정도의 초과인력을 보유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실제 지난 1ㆍ4분기 글로벌 M&A에서 올린 은행들의 수입은 3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나 줄어들었다. 또 이 같은 규모는 지난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기업금융부문 1위였던 JP모건의 경우 1326억달러 규모의 딜을 주선했지만, 올해는 462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2위인 골드만삭스의 주선 실적은 같은 기간 816억달러에서 428억달러로 떨어졌다.
포천지는 올해 월가에서 2만1,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등의 신용평가사들이 은행들의 등급을 강등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5개 대형은행은 220억달러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해 인력감축을 할 수밖에 다고 지적했다.
최고 책임자급이라도 해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들 뱅커들 중 일부는자신들이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거나 동료들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직감하고 한 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만 하더라도 옐 자우이 글로벌M&A 헤드 등 3~4명의 최고위직들이 올들어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은퇴를 하기도 하지만, 지난 2월 전직 모건스탠리 임원 4명이 출범시킨 딘 브레들리 오스본 파트너스 처럼, 소규모 IB회사를 차려 권토중래를 다지는 경우도 있다.